김재주 민주노총 택시노조 전북지회장이 고공농성 510일 만인 지난 26일 전액관리제 협상 타결 소식을 듣고 고공농성장에서 내려와 첫발을 딛고 있다. 뉴시스
스스로 ‘하늘감옥’에 올라간 지 510일 만이다. 김재주(57) 민주노총 택시노조 전북지회장이 지난 26일 전주시청 앞 20여m 높이의 조명탑에서 땅으로 내려왔다. 그는 2017년 9월 사납금제 폐지와 택시 전액관리제를 요구하며 500일이 넘도록 고공농성을 해왔다. 김 지회장은 이날 환한 표정으로 “전액관리제, 월급제의 토대가 마련됐다는 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시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는 전주 택시업계에 전액관리제가 이행될 수 있도록 행정처분을 시행한다는 데 이날 합의했다. 전액관리제는 택시의 전체 운행 수익을 바탕으로 기사 급여를 산정한다. 하루 일정액을 회사에 납입하고 나머지 수익금을 택시 노동자가 갖는 현행 사납금제는 ‘불법’이다. 택시업계는 1997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전액관리제가 도입됐지만, 대부분 업체에서 무시한 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완전월급제’로 가는 징검다리인 전액관리제가 시행되면 임금은 다소 줄지만 노동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 안전운행이 가능해진다는 게 노동계 주장이다.
김양원 전주부시장과 김영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장이 지난 26일 합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전주시 제공
전주 택시 노동자들은 전국에서 가장 먼저 전액관리제를 통해 임금협상을 체결하자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전주 시내 21곳 택시업체 중 7곳은 전액관리제를 적용하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전주시는 7곳에 대해 두차례에 걸쳐 과태료 500만원씩을 물렸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엔 1차 처분일로부터 1년 안에 4번의 행정처분이 내려져야 감차 처분을 받는데, 노동계에선 전주시가 3·4차 행정처분 시행을 늦춰왔다고 비판해왔다.
양쪽은 올해 8월1일까지 전액관리제를 시행하지 않으면 택시 감차(택시면허 일부 취소) 및 최대 택시면허 취소(폐업)까지 이를 수 있는 행정처분을 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택시회사들이 전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전액관리제 미이행 과태료 처분 이의 소송’ 결과를 봐야 한다. 전주시가 패소하면 양쪽이 합의한 이 절차는 지켜질 수 없다. 전주시 담당은 “이달 말 안으로 소송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택시지부는 이번 합의에서 전액관리제 적용 대상을 애초 요구했던 ‘모든 운수 종사자’ 대신 ‘원하는 택시기사’에 한정하기로 한발 물러섰다. 전주 시내 1400여명의 택시 노동자들이 사납금제와 택시 전액관리제 중 하나를 선택해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김재주 지회장은 “전액관리제가 전주를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시행되도록 계속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존 사납금제를 선호하는 택시기사도 적지 않다. 현재 전주 택시기사들은 하루 12만3천원의 사납금을 넣고 월 200만원 정도 가져간다. 그런데 전액관리제로 바뀌면 근로시간은 획기적으로 줄지만 월 160만~170만원 정도 받게 된다. 전주시 쪽은 “완전월급제가 되려면 정부의 재정 지원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대하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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