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들이 반대하고 있는 구례용방 생태통로의 목재 데크 산책로 개설 공사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야생동물의 길죽음(로드킬)을 막으려고 설치한 지리산 자락 생태통로에 관광객을 위한 산책로 공사가 벌어져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전남 구례군은 28일 남원~구례를 잇는 국도 19호선 용방면 죽정리 구간에 농공단지 진입로 확장 공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군은 13억원을 들여 2017년 1월부터 오는 5월까지 용방농공단지로 가는 진입로, 산책로, 보행로를 정비하고 있다. 군은 자연드림파크와 구만호수공원을 연결해 방문객을 늘리고, 주민소득을 높이겠다며 사업에 착수했다. 이 공사의 전체 공정은 40%에 이르렀다.
특히 이 사업에는 8년 전 설치한 생태통로에 인위적으로 산책로를 만드는 공사까지 포함돼 있어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야생동물의 거부감을 줄이려고 일부러 인적이 드문 장소를 골라 설치한 생태통로에 사람을 유인하는 산책로를 내는 것은 생태통로의 근본 목적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생태통로는 도로·댐·보 등으로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단절되는 것을 막고, 생태계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설치하는 동물들의 길이다.
이 생태통로는 국토부가 지난 2011년 길이 50m 너비 30m 규모로 설치했다. 이곳이 2004~2006년 지리산 둘레의 로드킬 실태조사에서 상황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이곳은 지리산 노고단 자락의 호수습지인 구만제와 높이 650m 깃대봉을 잇는 길목이어서 야생동물의 출몰이 빈번하다. 현재도 고라니와 멧돼지, 산토끼 등의 배설물과 발자국, 비빔목이 다수 발견되고 있다.
환경단체 회원들이 22~23일 현장 답사에서 발견한 멧돼지 발자국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이 때문에 순천국토관리사무소는 지난 6월 생태통로의 기능을 다 하기 어렵다며 사업안을 반려했으나, 8월 군이 국립생태원의 자문안을 제시하자 뒤늦게 협의를 해줬다. 군은 이곳을 통과하는 길이 238m, 너비 3m의 산책로를 목재 데크로 만들고 있다. 생태통로 부근에선 데크를 높이 2m로 올렸고, 분리벽을 설치하기도 했다. 이 공사는 90%가량 진척됐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은 성명을 내고 공사 중단과 원상회복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생태통로는 중앙부 너비를 30m 이상 확보하고, 보행로가 불가피하면 흙길로 만들어야 한다는 환경부 지침마저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 윤주옥 사무국장은 “생태통로는 인간 접근을 배제하는 것이 원칙이다. 100m쯤 떨어진 국도 아래 지하농로가 있어 충분히 우회가 가능하다. 생태통로를 훼손한 전국의 첫 사례여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군은 생태통로를 훼손했다는 반발이 나오자 공사를 일단 중단했다. 군 관계자는 “생태통로의 구조와 기능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