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충남경찰이 검사의 ‘영장청구 전 피의자 면담’요청을 거부한 사건은 이틀 만에 경찰의 케이오패로 끝났다.
이 사건으로 경찰은 이 사건으로 한동안 ‘단순하고 웃기는’ 등 비난성 수식어를 앞에 다는 불명예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영장청구 전 피의자 면담’제도가 이미 2년여전 부터 시행되고 있는데도 경찰의 핵심 수사 간부들이 “수십년 수사했지만 처음 듣는 제도로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며 ‘거부는 정당하다’고 밝힌 부분은 수사권 독립 투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앓을 것으로 보인다.
한 간부는 “최근 경찰청은 <구속영장 청구 전 피의자 직접 면담제 검토> 문건에서 ‘법적 근거 없이 검사의 임의적 판단에 따라 절차 실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형사절차법정주의에 어긋나고, 영장발부권자인 법관도 피의자를 직접 심문하기 위해서는 체포된 피의자 등이 신청하여야 할 것을 법으로 정하고 있는데 영장 청구권자인 검사가 법적 근거도 없이 피의자를 검찰청으로 강제 인치, 직접 신문하겠다는 것은 법치주의 및 인권보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고 전했다.
뒤늦게 양재천 수사과장이 “이미 시행해온 제도인데 흔하지 않다 보니까 ‘면담 요청’ 용어가 낯설어 빚어진 일로 ‘거부’에 대한 검찰 조사를 받고 잘못이 있으면 시정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으나 엎질러진 물은 이미 땅속 깊이 스며든 뒤였다.
대전지검은 지난 14일 “청구 전 피의자 면담은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이 신청 요건에 맞지 않거나 인권침해, 진술의 임의성 등이 의심 되는 경우 검사가 이를 확인하려는 제도로 올 해도 14건이 실시됐다”고 밝혔다.
양재택 차장검사는 “경찰의 거부는 이 제도의 법적 근거인 법무부의 인권보호수사준칙 및 검찰사건사무규칙은 물론 나아가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검찰청법까지 부정하는 것”이라며 “거부한 경찰에 대해 인권옹호 직무 명령 불준수 혐의로 내사에 착수하고 다음주 소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전 법조계도 ‘영장청구 전 피의자 면담’은 검찰이 피의자 인권을 보호하려고 도입한 최고의 제도인데 경찰의 중견 수사간부들이 이를 알지 못해 ‘거부’한 것은 코미디라는 반응이다.
여운철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경찰이 검찰에 스스로 매맞기를 자청한 꼴이지만 검사도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수사자로서 위치와 함께 주어진 인권의 보루로 공익의 대변자 지위에 충실한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여운철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경찰이 검찰에 스스로 매맞기를 자청한 꼴이지만 검사도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수사자로서 위치와 함께 주어진 인권의 보루로 공익의 대변자 지위에 충실한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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