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30일 오후 시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노사민정협의회에서 윤종해 한국노총광주본부 의장, 최상준 광주경영자총협회장, 황현택 광주광역시의원, 이병훈 문화경제부시장(왼쪽부터)과 손을 맞잡고 걸어오고 있다. 광주시 제공
광주시와 현대자동차의 투자 협상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지난해 12월 협상 당시에도 논란이 됐던 ‘임금·단체협약 협상 유예’와 관련된 조항이다. 이 조항은 광주시와 현대차의 투자협약서에 첨부된 노사상생발전협정서에 ‘노사관계 정착과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상생노사발전협의회(이하 상생협의회)를 꾸린다’는 내용으로 실려 있다. 상생협의회는 ‘근로자 참여 및 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이하 근참법)에 근거해 운영된다.
지난해 협상이 결렬된 것은 ‘각 사업장별 상생협의회의 결정 사항의 유효기간을 누적 생산목표 대수 35만대까지 달성시로 한다’는 문구 때문이었다. 현대차는 “조기 경영 안정 및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선 이 문구가 꼭 필요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런 현대차의 의도가 ‘상생협의회를 움직여 단체·임금협상을 않기로 결정한 뒤 누적 생산량이 35만대에 이를 때까지 그 효력이 인정되도록 하려는 데 있다’고 받아들였다. 게다가 현대차가 연간 위탁 생산 물량을 7만대로 제시하면서 이 조항은 ‘5년간 임단협 유예’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번 협상에서 현대차는 논란이 됐던 이 조항을 존속시켜 ‘실리’를 챙겼다. 노사 동수로 구성된 상생협의회에서 경영안정을 위해 임금 수준 등을 협의할 수 있는 근거를 살려 뒀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이 조항이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확약받음으로써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참여할 ‘명분’을 얻었다.
협상 과정에 밝은 지역의 한 인사는 “광주시와 현대차가 10여차례 물밑 협상을 하면서 이 조항에 대한 오해를 풀었다. 양쪽은 1년마다 임금협상을 하고 2년마다 단체협상을 할 수 있게 한 근로기준법이 상생협의회 운영의 근거인 근참법보다 상위법이어서 임·단협 유예의 실질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노사상생발전협정서에도 부속 결의 형태로 안전판을 마련했다.
투자협약서에는 양쪽의 투자 규모와 시기, 자본금 및 주주 구성 방안 등이 담긴다. 자기자본 2800억원 중 광주시 21%(590억원), 현대자동차 19%(534억원) 그 외 지역기업 등이 60%(1676억원)를 투자한다는 내용도 그 일부다. 광주시와 현대차는 독립신설법인을 설립한 뒤 2021년 가동을 목표로 광주 빛그린산단 62만8000㎡ 터에 들어설 완성차 공장을 짓는다. 생산 차종은 경형 스포츠실용차(SUV), 생산 규모는 연 10만대다.
광주형 일자리의 4대 의제인 적정 임금, 적정 노동시간, 노사 책임경영, 원하청 관계 개선 등의 원칙도 노사상생발전협정서에 담긴다. 광주형 일자리 노동자들의 연봉(초봉)은 주 44시간에 3500만원 선이다. 기존 완성차 공장 노동자보다 낮지만, 정부와 광주시가 주택·교육·의료비 등을 ‘사회임금’ 형태로 지원한다. 협정서에서 ‘노사책임경영’ 등 민감한 사항은 표현 수위를 누그러뜨린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노사가 투명경영을 위해 노력하고 원하청 업체와 동반성장을 추진한다는 문구로 의미를 살렸다”고 전했다.
박명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현대차와 노동계가 광주시를 매개로 협의하면서 양쪽이 원안만을 고집하지 않아 사회적 대화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다”며 “이제 한배를 타기로 한 만큼 합의 정신을 잘 살려 이 모델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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