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설연휴에 전주한옥마을 최명희문학관을 찾은 관람객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최명희문학관 제공
“전주한옥마을 최명희문학관에서 윷점 치고 가세요.”
전주한옥마을에 위치한 최명희문학관이 기해설 설 프로그램으로 윷점을 선보인다. 윷점은 윷을 세 번 던져서 각기 나온 상태를 합해 얻은 괘로 한 해의 운수와 풍흉을 점치는 새해 풍속이다. 윷말은 도·개·걸·윷·모 5개지만, 윷점은 윷과 모는 같은 괘로 쳐서 4개로 괘를 삼는다. 첫 번째 던져 나오는 말을 상괘, 두 번째 던져 나오는 말을 중괘, 세 번째 던져 나오는 말을 하괘로 삼는다.
예컨대 걸·모·걸이 나오면 행인득로(나그네가 길을 얻었다, 손쉽게 뜻한 바를 이룰 수 있는 형국), 도·모·개가 나오면 사생복생(죽은 이가 다시 살아남,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 어려운 처지를 벗어남), 모·도·도가 나오면 부모득자(부모가 아들을 얻음, 평생 뜻한 소망이 이뤄질 징조) 등 64개의 점괘가 있다. 윷점은 재미로 보는 것이다. 너무 믿을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무시할 필요도 없다. 좋은 내용이든 서운한 내용이든 삶을 반성하고 조심하는 계기로 삼으면 된다.
최명희의 소설 <혼불>에서 오류골댁이 딸 강실이를 걱정하면 동서인 수천댁과 윷점을 치는 장면이 나오며, 제8권에 64괘의 뜻풀이가 소개돼 있다.
설 프로그램은 6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혼불> 속 단어와 문장을 외우는 ‘혼불문장나눔’과 ‘1년 뒤에 받는 나에게 쓰는 편지’, ‘전주발 엽서 한 장’, ‘길광편우(吉光片羽): 생각수첩 만들기’, ‘최명의 서체 따라 쓰기’, ‘<혼불> 필사하기’ 등 상설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한다. 또 연필 엽서 헌책 등 문화상품 할인행사도 연다.
장성수 관장은 “설연휴에 문학관에 온 관람객들이 다채롭고 풍성한 체험 행사를 즐기면서 작가 최명희와 소설 <혼불>, 전주·전라도 문학에 대해 좋은 인상과 소소한 기쁨을 얻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하소설 <혼불>은 1998년 타계한 고 최명희 작가가 조선시대 전북 남원 지역 양반가의 몰락 과정과 3대째 종가를 지켜온 며느리의 애환을 담아 17년 동안 집필한 작품으로, 작가는 이 소설로 단재상과 호암상 등을 받았다. (063)284-0570.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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