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웨이고 블루 택시’ 디자인 예시. 서울시 제공
일터가 서울 광화문에 있는 직장인 손아무개(42)씨는 회식이 늦게까지 이어지거나 야근이 길어지면 퇴근길이 걱정이다. 밤 11시가 넘어 카카오택시,티맵택시 등 택시호출 서비스를 이용해 택시를 잡으려 해도 택시가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손씨의 집은 광화문에서 5~6㎞ 거리인 서대문구 홍제동이다. 손씨는 “추운 겨울밤 집에 걸어갈 수도 없고, 택시를 잡기 위해 1시간 넘게 기다려본 적이 많다”고 말했다.
손씨가 대체로 택시를 잡지 못한 것은 승차 거리 때문이다. 택시호출 서비스에 가입한 택시기사에게는 승객이 있다는 알림과 함께 승객의 목적지가 함께 공지된다. 택시기사들은 가까운 거리를 가려는 ‘콜’을 무시하기 일쑤다. 장거리 손님을 태워야 보다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어서다. 택시기사들이 승객의 목적지를 미리 알면 승객을 ‘골라 태울 수 있다’는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한 택시 서비스가 이르면 이달부터 서울에 도입된다. 장거리 승객만 골라태우며 승차거부를 일삼는 일을 막기 위해 승객이 차에 타기 전까지 택시기사는 승객의 목적지를 알 수 없도록 하고, 승객에 가장 가까운 택시가 강제로 배정되는 서비스다. 이 택시는 사납금제 대신 완전 월급제로 운영된다.
서울시는 50개 택시 회사 4564여대의 택시를 모집한 타고솔루션즈가 시에 신청한 택시운송가맹사업 면허를 지난 1일 부여했다고 7일 밝혔다. 이 회사가 선보이는 ‘웨이고 블루’ 택시는 승객이 택시를 호출하면 가장 가까운 거리의 차량이 자동으로 배정된다. 택시기사는 승객이 택시에 탑승할 때까지 목적지를 알 수 없고 배차를 거부할 수도 없다.
시는 자동배차를 거부하고 여러 개의 택시 호출 앱을 이용해 승객을 골라 태우는 것을 막기 위해 서울택시정보시스템에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승객은 이를 통해 운행현황과 이용자들이 매긴 평가 점수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웨이고 블루 택시기사들은 모두 전문 서비스 교육을 받을 예정이며, 차량에 시트 커버, 전용 방향제, 스마트폰 충전기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여성 전용 예약제 콜택시인 ‘웨이고 레이디’도 출시된다. 초등학생 이하 남자아이까지는 탑승을 허용되며 영·유아용 카시트도 제공한다. 운전자는 여성으로 채울 전망이다.
택시기사들의 열악한 처우의 원인으로 꼽혔던 사납금은 ‘웨이고’ 택시에는 없다. 대신 완전 월급제로 운영된다. 웨이고 택시 서비스는 이르면 이번 달 출시해 3개월 동안 시범 운행될 예정이다. 시범 기간 이용 운임과 별개로 2천~3천원의 부가서비스 요금이 부과될 예정이다. 시는 향후 반려동물 운송택시, 수요 응답형 택시, 화물운송·심부름 택시, 노인 복지 택시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도 단계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