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국내 최대 두루미 도래지인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양지리 한탄강변에서 세계적인 희귀철새인 두루미와 재두루미 수십마리가 힘차게 날갯짓을 하고 있다.
지난 9일 국내 최대 두루미 도래지인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양지리 한탄강변에서 세계적인 희귀철새인 두루미와 재두루미 수십마리가 힘차게 날갯짓을 하고 있다.
“두루미 사진을 찍으러 10년 넘게 겨울에 철원을 찾았는데 오늘처럼 두루미 수백마리가 한꺼번에 군무를 추는 장면은 처음 봅니다.”
지난 9일 서울에서 온 이아무개(65)씨는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양지리 두루미탐조대에서 커다란 렌즈를 부착한 카메라 셔터를 속사포처럼 연신 눌러대며 이렇게 말했다. 일행인 김아무개씨는 “이제 두루미 사진을 찍으러 일본 홋카이도까지 갈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거들었다.
이날 양지리 일대에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천연기념물 202호인 두루미와 천연기념물 203호인 재두루미, 천연기념물 201호인 고니 등 희귀 철새 수백마리가 한탄강변과 들판을 오가며 한가롭게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마을 앞 토교저수지 주변에는 천연기념물 243호인 독수리 100여마리가 커다란 날개짓으로 창공을 맴돌았고, 들판에는 쇠기러기 떼가 가득했다. 두루미와 독수리 등 세계적인 희귀 조류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사진가와 관광객 수백명이 몰려들었다. 휴전선 남쪽으로 6㎞ 떨어져 있는 양지리는 전쟁과 분단의 상처를 간직한, 민간인출입통제선 안의 작은 마을이었으나 민통선이 해제되고 출입이 자유로워지면서 ‘철새 생태마을’로 거듭났다.
지난 9일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양지리 토교저수지 둑에서 천연기념물 243호인 독수리들이 겨울을 나고 있다.
지난 9일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양지리 토교저수지 둑에서 천연기념물 243호인 독수리들이 겨울을 나고 있다.
양지리가 국내 최대 두루미 도래지이자 생태마을로 거듭난 것은 잠자리와 휴식처로 천혜의 장소인 한탄강과, 338㏊ 크기의 깨끗한 토교저수지가 있어서다. 비무장지대(DMZ)에 인접해 사람들의 간섭과 환경오염이 없는데다 주변에 드넓은 먹이터인 철원평야도 있다. 철원군은 추수가 끝난 논에 물을 대 무논을 유지하고, 볏짚을 남겨두는 등 두루미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옛 초등학교 터는 ‘디엠제트 두루미 평화타운’으로 바뀌어 탐조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양지리 주민들과 두루미보호협회 철원군지회 회원 100여명은 겨울철새를 활용한 생태마을로 변신하기 위해, 철새 먹이 주기와 서식지 보전, 밀렵 감시, 개체수 조사(연 4회) 등을 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4일 철원군 전역에서 동시에 벌인 개체수 조사에서는 두루미 1100여마리, 재두루미 4800여마리가 관측됐다. 독수리는 토교저수지 앞에서 317마리가 확인됐다.
지난 9일 국내 최대 두루미 도래지인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양지리 한탄강변에서 세계적인 희귀철새인 두루미와 재두루미 수십마리가 먹이활동을 하며 휴식하고 있다.
백종한(73) 두루미보호협회 철원군지회장은 “두루미 개체수가 4년째 늘고 있다. 날씨나 다른 영향도 있겠지만, 주로 철원군에서 두루미에게 살기 좋은 환경을 제공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철원/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