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다들 서울로만 몰리지만 닭치며 힐링 음악하고파 귀촌했죠”

등록 2019-02-14 07:59수정 2019-02-14 09:15

14일 익산서 ‘전북도민 신고’ 공연하는 가수 리아
지난 연말 이사 전입신고…‘리아의 바람이 분다’
“지역 음악인들과 문화예술 커뮤니티 만들 것”
지난 연말 전북 익산에 정착한 가수 리아. 사진 박임근 기자
지난 연말 전북 익산에 정착한 가수 리아. 사진 박임근 기자
“제가 이 지역에 내려온 것을 계기로 대중문화에 있어서 서울 집중화현상이 조금이라도 완화되기를 바랍니다. 저 혼자 힘으로 다 할 수는 없지만, 그런 바람이 조금이라도 불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수 리아(본명 김재원·44)가 전북 익산에 새 둥지를 틀었다. 지난해 12월 익산시 모현동으로 이사한 뒤 전입신고를 마친 것이다. 그는 자신이 맡았던 대학 강의를 포기하고, 운영하던 실용음학학원도 문을 닫고 아예 짐을 싸서 내려왔다. 지역에 적응하면서 자신의 일을 진행해보려고 한다. 그는 밸런타인데이인 14일 저녁 7시30분 익산 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공연한다. 주민들에게 신고식을 하는 셈으로, 콘서트 제목은 ‘리아의 바람이 분다’이다. 그는 제목에 ‘바람’을 붙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대중음악을 공부하면서 서울로 레슨받으러 다닌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하지만 서울의 뮤지션도 나름 힘듭니다. 월세 내기도 어려운 이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이 예술 생산에 집중해야 하는데,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막노동부터 다른 일을 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그러다보면 음악을 못하게 돼요. 지역에서 자리를 잡은 뒤, 음악하는 사람들과 함께 문화예술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습니다.”

뛰어난 가창력을 인정받고 있는 그는 일이 자신에게는 힐링이라고 전했다. 어떤 게 좋은 것인지 모르지만, 잘 나가던 20대 때만해도 일이 너무 많아서 잠을 잘 시간도 제대로 없었다고 했다. 책읽을 시간이 없어 슬펐고, 이러다가 내가 메마른 채 고갈이 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이제 익산에서 정서적으로 맞는 젊은 예술인과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즉흥적으로 지역행을 결정한 게 아니라고 했다. 몇년 동안 고민과 나름의 준비를 했다. 어머니와 함께 사는 개인적인 문제에서부터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했다. 조상 때부터 계속 서울에만 살았던 토박이다보니 지역에서는 서울사람들처럼 살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연 속에서 일을 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그는 공연을 마친 뒤 3월이 되면 닭을 어떻게 기르는 문제를 공부하려고 한다. 친환경 유정란을 분양받아 공장식이 아닌 방목으로 닭을 길러보고 싶다. 깨농사도 짓고, 제빵기술도 배우러 다닐 것이다. 산악인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 네팔 등에서 살았던 그는 집 주변에 짐승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서울토박이인 가수 리아는 14일 전북 익산 예술의 전당에서 ‘주민 신고식’ 공연을 한다. 사진 박임근 기자
서울토박이인 가수 리아는 14일 전북 익산 예술의 전당에서 ‘주민 신고식’ 공연을 한다. 사진 박임근 기자
“예전에는 부산, 광주, 대구 등의 어떤 밴드가 유명하다고 소문날 정도로 밴드문화가 있었어요. 대표적으로 윤도현밴드가 부천 출신입니다. 저도 고교때 메탈 프로젝트 밴드동호회가 몇달에 한 번씩 연합공연을 하면 교복입고 가서 코러스를 했죠. 지금은 그런 문화가 다 없어졌어요. 대형기획사가 아니면 데뷔를 못하는 마당이니까, 직장인밴드 등이 있지만 예전만큼은 아닙니다. 지역은 실력 수준이 낮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취향이 다를 수는 있지만 서울가야 음악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해요. 한류가 강세이고 인터넷과 에스엔에스(SNS)로 커뮤니티를 조성해 지역에서 음악하는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어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이번 공연에는 다른 뮤지션도 참여한다. 시나위의 신대철, 힙합 1세대 뮤지션 MC스타, 펑크록 밴드 크라잉넛 등이 출연하고 작곡가 윤일상이 이야기 손님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록의 대부인 신중현의 부인이 인도여행가면서 인솔해준 인연 등으로 관계로 신중현의 장남 신대철과 친분이 오래됐다. 신중현의 3남 신석철도 공연에서 드럼을 맡는다.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곳인 제주도가 아니고 왜 전북 익산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의외의 답이 되돌아왔다. 그는 “남들이 많이 가는 제주도에 원래 흥미가 없었어요. 제주도가 2~3일 놀기에는 좋을지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오래도록 살 땅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제 동생이 20여년 전에 익산과 인접한 완주의 백제예술대를 다녔고, 나도 이 대학에서 조통달 명인으로부터 판소리를 배웠습니다. 그래서 이곳은 지인들도 많고 마음이 편한 땅입니다. 케이티엑스(KTX)로 50분밖에 안 걸려 교통이 편하기도 합니다.”

1997년 1집 <다이어리>를 발표하면서 데뷔한 지 올해로 22년을 맞는 그는 예명만큼이나 생각도 예쁘다. 리아는 ‘의미가 있다기 보다는 발음이 편하고 예쁘기’ 때문에 지었다고 한다. “이제 이 지역 사람이 되었으니 가족처럼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진정한 전북의 시민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힘이 닿는다면 지역에서 음악하는 사람들을 돕고 싶습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