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에서 재배중인 아라비카종 커피나무 열매 고흥군청 제공
유자의 본산인 전남 고흥이 로컬커피로 다시 한 번 승부수를 던진다.
고흥군은 15일 “기후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향토산업으로 로컬커피를 선정했다. 재배·저장·가공·유통·체험·교육 등 연관 산업을 계열화해 집중적으로 육성하려 한다”고 밝혔다. 군은 지난해 농림식품부의 공모에서 이 사업이 선정되자 사업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군은 올해부터 4년 동안 정부에서 30억원을 지원받아 로컬커피의 고급화, 생산·가공기술 축적, 고유 상품명 개발, 커피농방 개설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고흥에선 2011년 커피 묘목 200그루의 비닐하우스 시험재배가 성공하면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커피 상업화가 이뤄졌다. 이곳은 기온이 연평균 14.2도로 온화하고, 일조량도 전국 평균보다 241시간 많아 커피 재배에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커피는 평균 기온 15~24도로 따뜻하지만 햇볕이 강하지 않은 높은 산지의 그늘 쪽에서 잘 자라는 아열대 식물이다.
고흥지역은 전국 커피 재배면적 7.4㏊ 중 2.4㏊를 차지해 전국 1위다. 그 뒤를 제주, 음성, 합천 등이 잇고 있다. 고흥의 15농가는 지난해 과역·봉래·영남·점암면 등지에 설치한 비닐하우스에서 커피 6만여 그루를 재배해 생두 30여t을 생산했다. 지난해 매출은 판매·가공·체험 프로그램 운영 등을 합쳐 9억2천만원에 이른다.
커피 농사는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면적 1320㎡(400평)인 하우스를 6m 높이로 짓는데 시설비 1억5천만원이 필요하다. 나무 높이를 고려해 일반 하우스보다 2배 높게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성수인 커피나무에서 싱싱한 열매를 수확해 저장이나 이동 없이 곧바로 건조하고 볶아내기 때문에 종 특유의 맛과 향을 유지해 품질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또 생산과 가공을 체험하는 관광으로 연결할 수도 있다.
봉래면 나로도의 농가인 커피코리아팝스 대표 이운재(57)씨는 “400평 하우스에서 연 소득 3천만원을 올릴 수 있다. 이 안에서 250그루를 키워 나무당 13만~15만원의 매출을 올린다”고 전했다. 그는 “한 나무에서 열매 3㎏쯤을 수확해 건조한 뒤 볶아서 빻으면 240g이 나온다. 한 잔에 가루 10~20g이 들어가고, 핸드드립해 판매하면 1만3천~1만5천원을 받는다. 부드럽고 상큼해서 수요가 넘친다”고 덧붙였다.
농가들은 고흥로컬커피법인을 꾸려 고급화, 차별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내커피 시장을 공략해 전국 1위를 굳히고 커피농방 답사노선도 짜는 등 판매·체험·홍보 전략도 세우기로 했다.
고흥군 경제유통과 류현정씨는 “커피 재배기술과 농방 운영전략에 곧바로 적응할 수 있는 청년 농업인한테 커피농사를 권장하려 한다. 고품질 커피를 선호하는 애호층이 적지 않은 만큼 소득 증대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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