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는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을 리모델링해 9~10층을 하나로 뚫어 '목격'이란 주제의 공간을 조성한다. 모형 헬기에서 전일빌딩을 향해 총을 무차별 난사하는 장면 등 열흘간의 항쟁을 영상으로 보여준다.광주도시공사 제공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 탄흔이 남아 있는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에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역사 체험공간이 마련된다.
21일 <한겨레>가 입수한 ‘전일빌딩 5·18기념공간 전시시설 제작·설치 중간보고회’ 문건을 보면, 5·18 기억공간이 조성되는 곳은 이 건물 9~10층이다. ‘전일빌딩에 박힌 탄흔 245개 탄흔의 의미를 묻는다’라는 주제로 기억공간이 조성되는데, 관람객들은 옥상에서 시작해 10층, 9층으로 내려오면서 증거·목격·왜곡·진실이란 이름의 주제 공간을 차례로 체험하게 된다.
광주 전일빌딩 10층 헬기 사격 탄흔이 발견된 공간엔 증거존이 조성된다. 탄흔 보존을 위해 유리벽을 만들고, 기둥과 바닥 등의 탄흔을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유리길’도 조성된다.
1층에는 옥상으로 통하는 전용 엘리베이터가 설치된다. 옥상에서 관람객들은 옛 전남도청(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금남로 등 5·18 당시의 역사 현장을 전체적으로 조감할 수 있다. 10층에 설치될 ‘증거’ 구역은 전일빌딩 내외부 탄흔 245개 중 10층에서 발견된 탄흔 185개를 확인하는 공간이다. 탄흔의 훼손을 막기 위해 유리벽을 설치하고, 기둥과 바닥·천장의 탄흔을 가까이서 볼 수 있게 ‘유리길’도 조성한다. 시공업체 관계자는 “벽면에는 정지상태에서 총을 쏴 총탄이 튕겨 나가는 상황을 무빙 레이저로 연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일빌딩 9층 가상현실(VR) 활용 공간에선 5월27일 전일빌딩 10층에 집중됐던 헬기사격 상황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9~10층 사이 바닥을 터 조성할 ‘목격’ 구역은 메인 전시공간이다. 30개의 관람석 중앙에 1980년대 금남로와 당시 건물, 헬기 등의 모형이 설치되고 그 위로 5·18 당시의 영상이 투사된다. 영상은 헬기에서 전일빌딩을 향해 무차별 총탄을 난사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열흘간의 항쟁을 숨 가쁘게 보여준다. 9층 가상현실 공간에서는 5월27일 전일빌딩 10층에 집중됐던 헬기사격 상황을 실감 나게 체험할 수 있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18일 오전 광주시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 옥상에서 열린 전일빌딩 리모델링 기공식에 참석해 행사를 마친 뒤 옥상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광주시 제공
리모델링 계획을 두고 전문가들 일부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김희송 전남대 5·18연구소 연구교수는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통해 헬기사격이 5월21일과 27일 두 차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5월21일 헬기사격 상황이 체험공간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484억원을 들여 올해 12월까지 전일빌딩을 복합문화센터로 조성해 내년 3월 시민들에게 공개할 방침이다. 5·18기억공간 외에 시민문화공간(8층), 문화콘텐츠 창업육성공간(5~7층), 시민참여공간(지하 1층~4층)도 들어선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광주시는 전일빌딩에 정영창 작가의 작품 <전일빌딩>과 어우러진 총탄 모형을 전시해 245개 탄흔 의미를 전달하는 상징 조형물도 만든다.
광주시 동구 금남로 1가 1번지 전일빌딩 건물. 광주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