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약산 김원봉의 11명 동생 가운데 막내인 김학봉씨가 별세했다. 사진 인터넷언론인연대 제공
경남 밀양 출신의 항일독립운동가 약산 김원봉(1898∼1958)의 막내 동생 김학봉씨가 24일 오전 3시7분께 별세했다. 향년 90.
고인은 일제강점기 때 중국에서 조선의용대와 의열단을 이끌며 일제에 맞서 무장독립운동에 헌신했던 약산의 11남매(9남 2녀) 가운데 막내다. 약산은 1948년 남북연석회의 참석을 위해 북으로 간 뒤 그대로 머물렀다. 이 때문에 남쪽에 남은 가족은 시련과 고초를 겪었다. 한국전쟁 때 ‘보도연맹 사건’으로 약산의 형제 4명과 사촌 5명이 총살당했다. 큰오빠 약산과 34년 터울로, 월북 직전 두차례 만남이 전부였던 고인도 서울 종로경찰서로 연행돼 모진 심문을 받아야 했고, 부친은 연금 상태에서, 남편은 고문 후유증으로 숨졌다.
보도연맹 때 살아남았던 약산의 동생 김봉철씨는 형제와 사촌들의 주검을 수습했다는 이유로 1961년 5·16 쿠데타 뒤 군사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나머지 가족들도 연좌제의 족쇄로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
고인은 2001년 북에 있을 약산의 가족을 만나고 싶다며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했고, 2005년에는 약산의 서훈을 신청했으나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번번이 좌절됐다.
1940년 조선의용대 대장 시절의 약산 김원봉. <한겨레> 자료사진.
약산은 영화 <암살>(2015)과 <밀정>(2016) 등을 통해 최근 널리 알려졌다. ‘암살’에서 배우 조승우가 “나 밀양 사람 김원봉이오”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장면이 특히 화제를 모았다. 이어 ‘밀정’에서는 배우 이병헌이 김원봉을 연기했다.
유족으로는 아들 김봉영·태영씨가 있다. 둘째 태영씨는 1980년 연좌제 폐지 이후 미국으로 이주해 ‘의열단 약산 김원봉 장학회' 회장과 ‘임시정부 건립위원회' 이사로 유지를 받들고 있다.
빈소는 밀양 희윤요양병원, 발인은 27일 오전 예정이다. (055)353-9199.
신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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