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발생한 장성군 황룡면 와룡리 논의 땅꺼짐 황룡면 주민대책위 제공
“광산도 아니고, 철도도 아니면 땅은 왜 꺼졌을까요?”
지난 10년 동안 잇따른 ‘땅꺼짐’(싱크홀)으로 가뜩이나 불안해진 황운영(58)씨가 27일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 2008년부터 6차례 땅꺼짐 현상이 발생한 전남 장성군 황룡면 와룡리에 산다. 이 마을은 석회석을 채굴하는 지하광산과 호남선 고속철도 노선에 바짝 붙어 있다. 그는 “논바닥에 구멍이 뚫리고, 문짝이 상하로 뒤틀려 불안불안하다. 아무리 피해를 호소해도 다들 나 몰라라 해서 여태껏 원인조차 못 찾고 있다”고 호소했다.
장성군은 집단민원이 이어지자 부랴부랴 주민·군청·회사의 대표 18명이 참여하는 민·관·사 협의회를 구성했다. 지난해 9월에는 1억원을 들여 전남대 해외자원개발연구소에 원인과 대책을 찾도록 용역을 발주했다. 2017년 고속철도에서 인근 논에서 반경 5~10m, 깊이 2~4m 규모의 타원형 침하가 발생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200m 떨어진 지점에 반경 1.5m, 깊이 1.5m의 구멍이 또 생겼기 때문에 더는 미룰 수 없었다. 2017년엔 고속철도 부근 와룡교 지하의 광산 갱도 굴착 지점에 800㎥ 크기의 공동이 발견돼 철도시설공단에서 레미콘 차량 133대 분량의 시멘트를 붓기도 했다. 군 개발민원팀 김미양씨는 “땅꺼짐이 잇따르고 있어 주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용역에 나섰다. 땅이 꺼진 곳의 지질을 분석해 원인을 찾아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남대 연구소 쪽은 지난 26일 와룡리 들판에서 탐사에 착수했다. 처음으로 시굴을 할 때는 민·관·사 대표들이 참여해 결과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조사는 지하 50m까지 수직으로 시추공 10개를 뚫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외경 73㎜, 내경 54㎜ 규격의 시추공을 통해 시료를 확보한 뒤 지하의 상황을 파악한다. 또 광산 배수량과 마을 강우량 등을 비교하는 작업을 병행한다.
전남대 해외자원개발연구소는 지난 26일 땅꺼짐 현상의 원인을 찾기 위한 시굴조사에 착수했다. 장성군 제공
전남대 연구소는 땅꺼짐이 광산굴착에 의한 인재인지, 지하수에 의한 자연현상인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지난해 이뤄진 두 기관의 조사에서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 산업통산자원부 남부광산안전사무소는 “지반침하가 광산발파로 발생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국철도시설공단도 안정성 검토용역 결과 “철도 건설이나 운행에 따른 지반침하는 아니다”라고 반응했다.
이 때문에 와룡리 등 3곳의 주민 100여명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안심하고 농사를 짓고 싶다. 원인을 서둘러 밝히고, 지반 보강과 피해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