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돌을 맞은 1일 오후 2시께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총영사관 근처의 정발 장군 동상 앞에서 시민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트럭에 실려 있던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지게차에 들려 정발 장군 동상 앞으로 옮겨지자 시민들이 박수를 치며 반겼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노동자상은 우리가 지킨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노동자상 목에는 목도리가 둘려 있었다. 노동자상을 만든 김서경 작가가 직접 손으로 뜬 것이다.
앞서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건립특위)는 지난해 5월1일 일본총영사관 앞에 노동자상을 세우려고 했다. 정부는 한·일 관계 등을 고려해 이를 반대했고, 결국 노동자상을 세우지 못했다. 노동자상은 이 과정에서 파손됐다. 김 작가는 지난해 7월부터 노동자상을 수리했다. 노동자상은 이날 이후 9개월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총영사관 근처에서 ‘강제징용 노동자상과 함께하는 3·1운동 100주년 부산시민대회’가 열렸다. 김영동 기자
부산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이곳에서 ‘강제징용 노동자상과 함께하는 3·1운동 100주년 부산시민대회’를 열었다. 시민 500여명은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노동자 문제를 책임지고 사죄하라. 법적 배상에 나서라. 이를 가로막는 자유한국당은 해체하라”고 외쳤다. 장선화 부산여성회 대표는 “지난 1월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는 ‘끝까지 싸워달라’고 말했다. 그 말씀 깊이 되새기고 있다. 일본 정부는 여전히 전쟁범죄에 대해 사죄도 반성도 하지 않고 있다. 노동자상 건립은 역사 투쟁이다. 친일 적폐 청산의 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이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총영사관 앞에 강제징용 노동자상 설립을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대회를 마친 뒤 시민들은 노동자상 설치를 요구하며 일본총영사관 앞으로 나아갔고, 경찰은 길을 막아섰다. 시민들은 “일본총영사관 앞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옆에 노동자상을 세워야 한다. 노동자상 건립은 피해자에게 일본 정부가 진심어린 사죄를 하도록 촉구하는 뜻이다. 경찰은 길을 비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은 1시간가량 경찰과 대치했다. 김재하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대표는 “삼일절은 기념일이 아니다. 나라의 주권을 위해 실천하는 날이다. 노동자상 건립은 나라의 주권을 실천하려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동자상을 동상 앞에 두겠다. 정부와 부산시, 관할 지자체인 동구는 지금부터 노동자상 건립 협상에 나서라”고 제안했다. 시민들은 오후 5시께 대회를 마치고 스스로 해산했다.
한편, 울산에서는 이날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노동자를 기리는 동상이 세워졌다. ‘3·1운동 100주년 기념 울산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추진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 울산 남구 신정동 울산대공원 동문 앞 광장에서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기념대회를 열고 노동자상 제막식을 가졌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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