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희 교수가 코끼리 배설물에서 커피 생두를 골라내는 모습.강원대 제공
세상에서 가장 비싼 커피 가운데 하나인 블랙 아이보리 커피(일명 코끼리똥 커피)를 대량 생산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강원대는 농업생명과학대학 원예과학전공인 강원희 교수가 한국연구재단과 강원대 산학협력단의 지원을 받아 코끼리똥 커피에 대한 새로운 생산기술에 대한 특허 출원을 마쳤다고 5일 밝혔다. 강원대는 지난달 네팔 현지에서 시험 생산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덧붙였다.
코끼리똥 커피는 코끼리 배설물에서 골라낸 원두로 만든 커피로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을 걸러 만드는 ‘루왁 커피’와 비슷하다. 코끼리똥 커피는 원두가 코끼리의 위를 통과하면서 커피의 쓴맛을 내는 단백질 성분이 분해되는 발효 과정을 거친다. 이 때문에 쓴맛이 거의 나지 않아 달콤하고 목 넘김이 부드러운 등 독특한 풍미를 자랑한다. 하지만 코끼리는 사람이 찾기 힘든 곳이나 강물에 배설하는 습성을 갖고 있어 보통 33㎏의 커피 열매를 먹여야 1㎏ 정도의 원두를 추출할 수 있을 정도로 생산효율이 낮다.
이런 특성 때문에 코끼리똥 커피는 1㎏에 200만원 정도의 고가에 팔린다. 원두 7~8g에 에스프레소 한 잔이 추출된다고 가정하면 에스프레소 한 잔 가격이 1만8000원 정도에 이른다.
강원희 교수가 코끼리 배설물에서 커피 생두를 골라내는 모습.강원대 제공
이번에 강 교수가 개발한 생산기술은 기존 생산방식을 개선해 생산량을 4배가량 늘린 것이 특징이다. 또 강원도 고성군의 해양심층수 미네랄을 활용해 커피 생두의 품질도 향상시켰다. 기존에는 커피 열매를 말린 뒤 사탕수수와 바나나 등과 섞어 코끼리에게 먹이는 방식을 썼지만, 강 교수는 커피 열매의 과육 부분을 먼저 제거한 뒤 생두를 코끼리에게 먹였다. 과육 부분을 제거하면 생두의 부피가 줄어 코끼리가 한 번에 많은 커피 열매를 먹을 수 있고 통째로 넘기기도 쉬워져 커피 생두가 으깨지는 것도 줄일 수 있다.
강원희 교수는 “한국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방법을 연구하다 코끼리똥 커피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커피 판매 수익금 일부는 코끼리와 야생동물 보호단체에 기부해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