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1월 전남대 박물관 문화강좌에서 박상진 교수가 강의를 하고 있다. 전남대 박물관 제공
“딱 10초만에 마감됐어요.”
전남대박물관 이정민 학예연구사는 7일 “2018년 2학기 문화강좌 후 인도 답사단 25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했는데 순식간에 마감돼 오히려 우리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인도 문화를 주제로 한 강좌에 참여했던 300여 명의 수강생들 중 일부는 해외 답사단에서 탈락하자 발을 동동구르기도 했다. 결국 이들은 지난 1월 한 여행사 주최로 전남대 박물관과 똑같은 일정으로 인도 여행을 다녀왔다. 이 학예연구사는 “문화강좌를 들으면서 공부했던 유적들과 박물관 위주로 가는 것에 대해 수강생들의 호응이 매우 높았다”고 말했다.
대학 박물관의 문화강좌가 시민들한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문화·인문학을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이 점차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전남대 박물관은 20일부터 ‘자연과 인간, 문화를 빚어내다’라는 주제로 1학기 문화강좌를 시작한다. 지난 달 25일 마감한 이 강좌도 정원 330명이 12간만에 마감됐다. 1년 두차례 진행되는 전남대 박물관 문화강좌는 수강료를 계좌로 입금해야 신청 접수가 되는데 매학기 15분이면 마감될 정도로 신청 경쟁이 치열하다. 수강료는 일반 시민은 11만원이며, 만 65살 이상 경로자와 전남대 대학원생 등은 할인받을 수 있다.
강좌는 6월5일까지 12주동안 매주 수요일 오후 2시~4시 전남대 용지관 컨벤션홀에서 진행된다. 이번 강좌는 역사·문학·음악·과학·미술·지리·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빙해 문화에 대해 살핀다. 강의 후엔 ‘유교, 2500년의 여행’, ‘나스카, 지상회화의 비밀’ 등 강의 관련 다큐멘터리나 ‘러빙 빈센트’ 등 영화를 무료로 상영한다.
전남대 박물관이 유료 강좌인데도 인기를 끄는 것은 강의 수준을 높였기 때문이다. 1996년 시작된 전남대 박물관 문화강좌는 2007년부터 커피·설탕·향신료·담배 등 기호품의 역사를 다루는 등 강좌 주제의 폭을 넓히면서 수강생들이 늘기 시작했다. 전남대 박물관 쪽은 “전라도와 한국·일본·중국 문화 중심에서 벗어나 강의 소재의 폭을 넓혔고, 전국 곳곳에서 좋은 분들을 강사로 모셨다. 또 학교 퇴직자와 현직 교수 등 수준높은 강좌에 목말라 했던 수요층이 있었던 게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순천대 박물관의 문화강좌에 시민 120여 명이 참석했다. 순천대 박물관 제공
순천대 박물관의 문화강좌도 시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5일 ‘승보종찰 송광사’라는 주제로 진행된 첫 강의엔 121명이 참석했다. 순천대 박물관은 7월20일까지 ‘순천 송광사와 선암사’를 주제로 9차례에 걸쳐 문화강좌를 이어간다.
최인선 순천대박물관장이 전남지역의 대표적 불교문화 유산인 송광사와 선암사의 가치를 집중적이고 심도 있게 다룰 예정이다. 강좌는 매달 화요일 저녁 7시에 격주로 열리며 매달 일요일 답사도 떠난다. 최산하 순천대 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무료 강좌로 진행하고 중국 우르무치, 돈황석굴, 트루판 등 실크로드 답사는 유료로 희망자들이 함께 떠나는 형태로 진행할 예정이다. 시민들과 문화를 통해 소통하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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