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선흘 곶자왈의 동백동산은 나무와 덩굴, 이끼 등이 우거진 상록활엽수림지대로 육지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지형과 생태를 간직하고 있다. 2013년 5월의 모습. 제주/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제주 생태계의 허파라고 불리는 곶자왈의 30%가 훼손된 것으로 조사됐다. 곶자왈은 제주에 있는 독특한 화산 지형을 일컫는 제주말로 현무암질 용암류의 바위 덩어리들이 불규칙하게 널려있는 지대에 형성된 숲이다. 곶자왈은 물이 지하로 흘러들어 만들어지는 지하수 함양 지대이자 보존 가치가 높은 동·식물이 공존하는 곳이다.
곶자왈공유화재단이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제주도 내 모든 곶자왈에 있는 사업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7일 발표한 내용을 보면, 골프장과 숙박시설 등 사업장이 들어서면서 전체 곶자왈(99.5㎢)의 29.5%(29.4㎢)가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사업장은 골프장과 대규모 숙박시설 등 관광리조트가 7곳이었고, 박물관과 승마장 등 관광지 20곳, 공장용지 16곳, 토석채취용 채석장 6곳, 타운하우스 등 주택단지 개발지 4곳 등이었다.
재단이 파악한 곶자왈에 있는 사업장은 모두 127개로, 제주도 내 5개 곶자왈 지대 가운데 교래·선흘 곶자왈 지대에 있는 사업장이 68곳으로 가장 많았고, 저지·청수 곶자왈 지대 27곳, 수산·상도 곶자왈 지대 13곳, 안덕 곶자왈 지대 13곳, 애월 곶자왈 지대 6곳 등으로 집계됐다. 재단 쪽은 이번 조사를 통해 사업장 면적 3300㎡ 이상 127곳 가운데 현장조사를 통해 자료가 파악된 곳은 모두 92곳이고, 나머지는 면담을 거절하거나 관리인 부재, 방역상 출입 불가, 공사 중단 등의 이유로 현장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2013년 5월,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선흘 곶자왈 동백동산 상록활엽수림지대의 모습. 제주/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정상배 곶자왈공유화재단 연구위원은 “제주도민들은 곶자왈이 잘 보존돼 있다고 생각하지만 조사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곶자왈은 제주의 지하수 보전에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곶자왈 지대의 개발사업 때 기초 자료로 활용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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