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내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된 노루의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지만, 오히려 피해농가와 면적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유해 야생동물 지정을 해제하고, 노루 보호계획을 마련해 달라고 제주도에 요구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8일 “노루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해 포획을 허용한 이후 노루 개체 수가 크게 줄었지만 유해 야생동물 지정의 가장 큰 이유였던 농작물 피해 감소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특정 지역은 절멸 단계에 진입했으며, 포획이 지속하면 멸종 우려가 있다”며 유해 야생동물 지정을 해제할 것을 촉구했다.
제주도는 노루에 의한 농경지 피해 민원이 잇따르자 2013년 7월 ‘야생동물 보호관리 조례’를 개정해 3년 동안 노루를 ‘한시적 유해동물’로 지정해 잡을 수 있도록 한 데 이어 2016년 7월부터 오는 6월 말까지 유해동물 지정 기간을 연장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최근 발표한 <제주 노루 행동·생태·관리> 보고서를 보면, 도내 노루 개체 수는 2009년 1만2800마리에서 2016년 6200여 마리, 2017년 5700여 마리, 지난해 3800여 마리로 감소했다.
그러나 노루 포획으로 농작물 피해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노루에 의한 농작물 피해 신고 농가 수는 2013년 380 농가에서 2014년 301 농가, 2015년 321 농가에서 2016년 188 농가로 줄었다가 2017년엔 236 농가로 늘었고, 2018년에는 2014년보다 많은 310 농가로 증가하는 등 널뛰기 양상을 보였다. 피해면적도 2013년 78만㎡에서 2015년 30만㎡로 줄었다가 다시 늘어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96만㎡로 오히려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된 2013년보다 더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노루 적정 개체 수를 6100마리로 추정한 데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노루의 적정 개체 수를 산정하기 위해 제주도는 노루가 먹을 수 있는 먹이식물총량을 조사하면서 대상 지역을 산림지역에 한정했다. 노루의 주요 서식지이자 먹이공급원인 대규모 초지를 먹이식물총량 조사에서 누락했다”고 지적했다. 먹이식물 총량에 초지를 포함하면 노루의 적정 개체 수는 6100여 마리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 단체는 “올해는 노루의 유해 야생동물 지정에서 당연히 해제돼야 한다. 농가피해감소와 노루 개체 수 조절 간의 상관관계가 성립되지 않는 점이 밝혀진 만큼 현실적인 농가피해 보상방안을 제시하고 노루 침입방지 시설 등을 개발해야 한다. 제주의 상징인 노루를 안정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보호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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