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씨가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을 출발한 11일 광주에선 5·18 참상을 목격한 시민들의 분노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법원을 찾은 김아무개(81)씨는 “전두환의 얼굴을 보고 싶어 법원을 찾았다. 시민들을 학살하고 권력을 훔친 그가 법정에서 진실을 말하고 참회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아무개(51)씨는 “5·18 민주화운동을 무력 진압한 책임자가 전씨라는 것은 국민 모두가 아는데 자신만 만행을 부정하기 때문에 역사 왜곡과 국론 분열이 반복되는 것이다. 진실을 말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이아무개(37)씨는 “이번 재판으로 전씨의 거짓말을 밝혀 5·18을 왜곡·헐뜯는 세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 사법부의 엄중한 심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법원 앞에 몰려있는 취재진을 보던 시민 김우일(64)씨는 “아직도 억울하고 원통한 영령들이 떠나지 못하고 있는데 회고록을 통해 궤변을 늘어놓고 거짓말을 하는게 말이 되느냐. 5·18 그날의 참상이 생생한데 이번 재판을 통해 죗값을 반드시 치르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전부터 광주지방법원 법정동 앞에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전씨가 출석하는 광주지법 앞에는 포토라인이 설치돼 이른 아침부터 취재진 100여명 이상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법원은 예기치 않은 불상사에 대비해 법정 바로 앞 쪽문의 출입을 통제했고, 법정 입구에는 통제선을 설치해 일반인의 출입을 막았다. 전씨의 차량이 들어설 것으로 보이는 쪽문 인근 도로에는 출석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기 위한 방송차량 10여대가 대기하고 있으며, 일부 기자들은 통제선을 따라 예행연습을 하기도 했다.
평화시위대는 이날 오후부터 집결할 예정이어서 오전 시간 법원 앞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다.
전씨는 이날 오전 8시32분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부인 이순자씨와 차량을 타고 광주로 향했다. 재판은 오후 2시30분 광주지법 법정동 201호에서 열린다.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주장해, 고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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