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관련 피고인으로 11일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며 기자들이 질문하자 "왜 이래"라며 뿌리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이거 왜 이래!”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씨가 32년만에 광주에 도착해 내뱉은 첫마디다. 전씨는 이날 낮 12시33분께 재판을 받기 위해 광주 동구 광주지법에 도착했다. 전씨는 승용차에서 내려 현장에 있는 취재진과 시민들을 한차례 둘러본 뒤 경호원의 부축을 받지 않고 스스로 걸어서 법정동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전씨는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도 응하지 않은 채 법원 안으로 들어갔다. 현장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은 “5·18 당시 발포명령을 했느냐”, “광주시민들에게 사과할 건가” 등의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전씨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전씨는 한 취재기자가 경호원의 제지를 뚫고 “5·18 당시 발포명령을 했느냐”라고 질문하는 과정에서 “이거 왜 이래”라는 말을 내뱉고 법정 안으로 들어갔다.
전씨가 광주를 방문한 것은 1998년 퇴임 이후 32년 만이며,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재판을 받는 것은 처음이다.
전씨의 재판은 이날 오후 2시30분 광주지법 법정동 201호에서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다.
앞서 전씨는 이날 오전 8시32분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부인 이순자씨와 차를 타고 광주로 향했다. 전씨는 2017년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과 관련해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주장하는 등 70여 가지의 사실을 왜곡했다. 조 신부의 유가족은 같은 달 27일 전씨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이듬해 5월3일 그를 재판에 넘겼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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