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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살해된 학습지 여교사의 한을 풀 수 있을까

등록 2019-03-11 15:09수정 2019-03-11 20:51

경찰, ‘브레인스토밍 기법’ 도입해 수사재개
강원지방경찰청 전경 모습. 강원지방경찰청 제공
강원지방경찰청 전경 모습. 강원지방경찰청 제공
마을 한가운데 있는 우물에서 여성이 알몸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조용한 시골 마을인 강원도 동해시 심곡동 약천마을은 발칵 뒤집혔다. 이 여성은 동해에 사는 학습지 교사 김아무개(당시 24살)로 확인됐다. 김씨는 발견되기 일주일 전부터 실종 신고가 된 상태였다. 13년 전인 2006년 3월14일에 발생한 이른바 ‘동해 학습지 여교사 피살사건’이다.

당시 김씨는 동해시 부곡동의 한 주택에서 학습지 가정방문 교육을 마치고 귀가하다 연락이 끊겼다. 부검결과 사인은 경부 압박에 따른 질식사였다. 김씨의 차량은 이튿날 오후 동해체육관 앞 주차장에서 발견됐다. 차 안에는 김씨의 옷과 소지품 일부도 발견됐다. 경찰은 김씨가 실종 직후 범인에게 목이 졸려 살해된 뒤 우물 속에 유기된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지만 범인의 윤곽조차 찾지 못했다.

사건 발생 두달여 뒤인 6월1일과 같은 달 23일 부곡동 인근에서 2건의 부녀자 납치 미수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 2건의 사건은 김씨 사건과 여러 면에서 비슷했다. 3건의 사건 모두, 김씨 사건이 일어난 곳에서 반경 150m 안에서 일어났고, 늦은 저녁 혼자서 승용차를 타려는 여성을 공격해 승용차와 함께 납치를 시도한 점 등이 동일했다. 또한 범죄 흔적이 남기 쉬운 흉기 등 범행 도구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점도 일치했다.

다행히 경찰은 두 번째 납치 미수 사건의 피해자 차 안에서 머리카락 한 올을 확보했다. 경찰은 당시 피해자가 범인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범인의 머리카락이 빠진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즉시 피해자들과 가족은 물론이고 지인 등을 대상으로 샅샅이 유전자검사를 했지만 끝내 일치하는 인물을 찾지 못했다. 이렇게 ‘동해 학습지 여교사 피살 사건’은 강원도내 대표적인 강력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이에 강원지방경찰청은 ‘브레인스토밍’ 기법을 도입해 이 사건을 원점에서 재수사한다고 11일 밝혔다. 이 기법은 어떤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여러 사람이 자유롭게 생각을 말하고 토론하는 방법이다. 전담수사팀 내의 상명하복에 따른 지시·이행과 같은 기존 수사 방식과 달리, 수사팀 안팎의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새로운 관점과 접근 방식으로 풀어가려는 시도다.

브레인스토밍 회의에는 강원경찰청 미제 사건 전담수사팀뿐 아니라 당시 수사팀, 프로파일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관 등 관련자 20여명이 참여한다. 오는 13일에는 주검 발견 장사와 납치 추정 장소인 주택가 등 현장을 찾아 둘러보고 과학 기술 발달로 가능해진 첨단 수사기법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난상 토론도 할 예정이다. 현장 위주의 수사팀과 분석 위주의 과학수사팀까지 총출동해 현장과 연구실을 넘나드는 수사를 펼치기로 한 셈이다.

강원경찰청 관계자는 “기존에는 수사팀장 등 경험이 많은 상관들의 지시에 따라 수사를 진행했다. 이제는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나온 모든 의견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범인을 검거하겠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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