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경기도 고양 행주산성에서 삼국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석성이 발견됨에 따라 고양시가 지난 11일부터 본격적인 시굴조사에 착수했다. 고양시 제공
경기 고양시는 사적 제56호인 고양 행주산성 안에 삼국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석성 구역이 발견됨에 따라 지난 11일 부터 시굴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13일 밝혔다.
문화재청의 국비를 지원받은 이번 시굴조사는 행주산성 대첩비 주변에서 28일까지 진행되며 석성 규모와 축조 기법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앞서 고양시는 2017년 4월 고양 행주산성 학술조사를 통해 토성으로만 알려진 산성에서 삼국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로 2m, 세로 15~17단 규모의 석성을 새롭게 발견했다. 또 행(幸)자가 새겨진 기와와 토기편, 화살촉, 철제 가위, 수레바퀴 부속품 등 유물 125점이 출토됐다. 고양시는 한양문화재연구원과 함께 이달 말까지 시굴조사를 마친 뒤 문화재 위원 등의 자문을 얻어 정확한 축조 기법과 축조 시기 등을 파악하기 위해 7월 중순까지 정밀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고양 행주산성은 1962년 국가 사적으로 지정된 뒤 임진왜란 전승지로서의 의미만 강조돼왔다. 1970년대 성역화 사업으로 대첩비, 충장사, 덕양정 등이 들어섰으나 조선시대 이전 역사에 대한 관심은 조명되지 못했다. 그러다 1990년 서울대 박물관이 행주산성 정비 복원을 위한 시굴조사에 나서 삼국시대, 고려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된 토성이 약 160m 가량 발견되면서 새로운 역사적 가치에 대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당시 행주산성의 구조는 내성과 외성, 자성, 장대, 건물지, 성문지, 목책 등으로 구성된 것으로 추정되었지만, 본격적인 조사가 진행되지 못한 탓에 정확한 규모와 위치는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한강변에 조성된 행주산성 모습. 대첩비(사진 오른쪽) 주변에서 삼국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된 석성이 발견됨에 따라 고양시가 시굴조사에 착수했다. 고양시 제공
고양시 문화유산관광과 김수현 학예사는 “삼국시대 석성의 시굴조사를 통해 향후 복원·정비 연구에 필요한 기초 학술자료를 확보할 것”이라며 “행주산성이 조선시대 만이 아니라 삼국 항쟁기의 중심지였음을 규명해 잃어버린 역사성을 회복하고 가치를 재평가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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