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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덤불 곁에 몸을 던진 난초”…사군자 소재 한시에 담긴 정신

등록 2019-03-13 17:01

김대현 전남대 국문과 교수 <한국 사군자 한시선> 내
매화·난·국화·대나무 소재 100여명 120수 모아 번역
김대현 전남대 교수(국문학과)가 최근 낸 <한국 사군자 한시선>(전남대 출판문화원).
김대현 전남대 교수(국문학과)가 최근 낸 <한국 사군자 한시선>(전남대 출판문화원).
“파르르 새가 날아와/우리 집 매화나무에서 쉬네”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1762~1826)의 유명한 그림인 ‘매조서정(梅鳥抒情)’에 써 놓은 시의 첫 대목이다. 그림은 귀양살이를 하던 전남 강진의 다산초당에서 1813년 그린 것이다. “향기 사뭇 짙어서/혼연히 찾아왔는지/여기에 머물러/화락하게 집 짓고 가정을 이루어 살아다오/꽃이 활짝 피고 나면/주렁주렁 그 열매도 가득 맺으리니” 이 시엔 유배지에서의 애틋한 심정이 절절하게 담겨 있다.

김대현 전남대 교수(국문학과)가 최근 낸 <한국 사군자 한시선>(전남대 출판문화원)엔 100여 명이 사군자를 소재로 지은 한시 작품 120여 수가 실려 있다. 매화·난·국화·대나무 등 ‘사군자’를 소재로 지은 한시만을 따로 모은 작품 선집이다. 김 교수는 “글과 그림에 사군자를 표현한 작품들이 무수하게 많은데 모두 옛 한문 문집 등에 흩어져 있어 한문 문집 등에 있는 사군자 관련 한시들만을 모아서 번역했다”고 말했다.

사군자의 한시 작품은 정지상·이규보 등 고려시대의 대표 문인들의 작품부터 시작한다. 이어 조선전기의 서거정·김시습·이황·김인후·윤선도 등 문인들의 시를 번역해 실었다. 이어 조선후기 정조대왕·정약용·김정희·조희룡 등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통해 한번 쯤 들어봄직한 유명 문인들의 시 작품이 소개된다. 근대들어 오세창, 한용운 선생이나 한국화의 대가 의재 허백련 선생 등 유명인들의 사군자 시도 만날 수 있다.

김대현 전남대 국문학과 교수.
김대현 전남대 국문학과 교수.
난초를 시로 남긴 김시습(1435~1493) 작품은 그의 삶만큼 아프고 시리다. “길가의 난을 보고/가을바람 어찌하여 우수수 부는가/흰 이슬 엉키어 서리가 되었네/저 아름다운 난초를 보니/가시덤불 곁에 몸을 던졌구나/그윽한 꽃은 맑고 향기로우며/푸른 잎은 빼어나고 기다랗구나/저녁 내내 홀로 서성이면서/바람 맞으니 긴 슬픔이 더하네”세조가 권력을 찬탈하자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떠돌며 자연에 은거한 지식인다.

이들 문인들은 사군자가 가지는 특성을 삶의 모습에 견줘 칭송한다. 김 교수는 “겨울 찬바람을 뚫고 피어나는 매화, 깊은 산중에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아름답게 피어나는 난초, 늦가을 추위에도 고고하게 피어나는 국화, 사시사철 기개를 잃지 않는 푸른 대나무 등은 우리들이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한편, 40여년 한문학을 공부해 온 김 교수는 무등산을 주제로 한 <무등산 한시선>을 내는 등 한문 문헌 속에 흩어져 있는 한시 작품들을 읽기 쉽게 번역 편찬해 주제별 시선집으로 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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