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으로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도록 한 뒤 휴대전화를 원격 제어해 돈을 빼가는 신종 ‘보이스피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강원지방경찰청 제공
“00쇼핑몰에서 98만원 결제 완료. 취소 문의전화 070-0000-1111”
지난달 15일 오후 1시40분께 원주에 사는 ㄱ(60)씨는 100만원 상당의 상품 대금이 결제됐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물건을 산 적이 없는 ㄱ씨는 깜짝 놀라 문자가 온 번호로 전화를 걸어 결제가 잘못됐다고 알렸다. 그러자 상담원은 ㄱ씨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며 상담 매뉴얼에 따라 직접 경찰에 사건을 접수해주겠다고 했다.
잠시 뒤 ○○경찰서 경찰관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남성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 남성은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니 ㄱ씨의 휴대전화 수사를 위해 원격조정 앱을 다운받으라고 요구했다.
개인정보 유출에 수사까지 한다는 얘기에 놀란 ㄱ씨는 휴대폰에 원격조정이 가능한 앱을 다운받고 원격제어를 승인했다. 곧이어 경찰관은 ㄱ씨에게 “명의가 도용돼 대포통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ㄱ씨 명의의 계좌가 범죄 자금과 연관이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ㄱ씨를 압박했다.
고민하던 ㄱ씨는 수사에 협조하기 위해 경찰관의 지시에 따라 계좌의 오티피(OTP)와 비밀번호까지 알려줬다. 범인은 원격지원 앱을 이용해 ㄱ씨의 휴대폰에서 직접 스마트폰 뱅킹에 접속해 2억5천만원을 빼내갔다.
보이스피싱 범죄가 해를 넘기면서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도록 한 뒤 휴대전화를 원격 제어해 돈을 빼가는 신종 ‘보이스피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원격제어 앱을 통한 범죄는 강원도에선 불과 5개월 전인 2018년 10월 처음 발생했다. 하지만 최근 유행하고 있으며, 일단 발생하면 건당 피해액이 크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2019년 현재 강원도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사건은 287건으로 피해 규모는 35억원이다. 이 가운데 원격제어 앱을 통한 피해는 5건에 불과하지만 피해 규모는 18%(6억3000만원)에 이른다.
정은희 강원지방경찰청 수사과 홍보전담팀장은 “본인이 이용하지 않는 쇼핑몰이나 상점에서 보내온 결제 문자는 100% 보이스피싱 문자다. 수사기관을 사칭해 원격제어 앱을 설치하라고 하거나 악성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문자 또한 모두 보이스피싱이다. 특히 오티피(OTP)나 비밀번호는 절대 불러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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