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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성냥공장 터에 ‘성냥마을박물관’ 들어선다

등록 2019-03-17 15:50수정 2019-03-17 20:36

인천 배다리마을에 15일 ’성냥박물관’ 개관
마을 전체가 ‘성냥촌’…라이터 보급에 쇠락
지난 15일 문을 연 인천 동구 배다리성냥박물관. 인천 동구청 제공
지난 15일 문을 연 인천 동구 배다리성냥박물관. 인천 동구청 제공
인천 금창동과 송현동 일대를 일컫는 배다리마을은 1883년 인천항 개항 이후 일본인에게 밀려난 조선 사람들이 모여 살던 지역이다. 만조 때마다 불어난 바닷물이 흘러들어 배를 여러 척 잇대어 마을 이곳저곳을 건너다녔다고 하여 ‘배다리’란 이름이 붙여졌다는 말도 있고, 배가 닿는 다리가 있었다고 해서 ‘배다리’라고 불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개항장인 제물포 일대에서 추방된 조선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마을을 이루면서 학교가 들어서고 막걸리 공장이 세워졌으며 장터가 형성됐다.

배다리마을에는 1892년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사립학교인 영화초등학교와 인천 최초의 공립보통학교인 창영초등학교, 막걸리를 만들 던 인천 양조장 등이 남아 있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전쟁 뒤 먹고살기 어렵던 시절 형성된 헌책방 거리도 일부 그 원형을 유지하고 있어 개항기부터 근·현대까지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불린다. 특히 헌책방 거리는 <티브이엔>(tvN) 인기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이기도 해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지난 15일 문을 연 인천 동구 배다리성냥박물관. 인천 동구청 제공
지난 15일 문을 연 인천 동구 배다리성냥박물관. 인천 동구청 제공
배다리마을 역사의 중심에는 일제가 세운 조선인촌주식회사도 있다. ‘인촌’(燐寸)은 일본에서 성냥을 이르는 말이다. 조선인촌은 1917년 10월4일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성냥공장이다. 일제가 조선인촌을 이곳에 세운 이유는 압록강 일대 삼림지에서 나오는 목재를 배편으로 쉽게 들여올 수 있었고, 전력사정이 다른 곳보다 좋았으며, 1899년 개통된 경인선 철도와 인접해 상품 운송에 유리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당시 배다리마을 일대는 햇볕에 말리려고 널어놓은 성냥개비와 성냥갑으로 뒤덮여 동네 전체가 ‘성냥촌’을 방불케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표, 쌍원표, 삼원표 등 다양한 성냥을 생산해 승승장구하던 조선인촌은 한국전쟁 이후 문을 닫았지만, 성냥 제조기술자와 하청업체가 많아 이곳 성냥산업은 더욱 성장했다. 한국인이 세운 최초의 성냥공장인 대한성냥을 비롯해 한양성냥, 고려성냥 등 다수의 성냥공장이 이곳에 생겨났다. 호황을 누리던 이곳 성냥공장들은 1970년대 이후 라이터가 보급되면서 하나둘씩 문을 닫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지난 15일 문을 연 인천 동구 배다리성냥박물관. 인천 동구청 제공
지난 15일 문을 연 인천 동구 배다리성냥박물관. 인천 동구청 제공
개항기와 한국전쟁 이후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인천 배다리에 ‘성냥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배다리성냥박물관은 인천 동구 금창동 옛 동인천우체국 건물 지상 2층 213㎡ 규모를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인천시, 인천시 동구와 함께 우리나라 성냥의 역사와 개항기 역사를 간직한 배다리마을에 성냥박물관을 건립하고, 지난 15일 ‘신 도깨비불! 인천성냥공장’을 주제로 첫 전시를 선보였다. 전시는 성냥 역사와 제작 과정, 성냥으로 인한 생활 변화상을 알려주는 자료 200여 점으로 꾸몄다. 우승하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인촌은 도깨비불을 뜻한다”며 “불을 얻기 힘든 시절에 한 번의 마찰로 불을 내는 도구인 성냥이 문화적 충격을 주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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