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확장 공사로 지난해 8월 삼나무림 훼손 논란을 불러일으켜 공사가 중단됐던 제주 비자림로 일부 구간 확장공사가 오는 20일 재개된다.
삼나무숲 훼손 논란으로 공사가 중단됐던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대천동~송당) 확장 공사가 7개월 만에 재개된다. 제주도는 최대한 삼나무숲을 보존하겠다고 밝혔지만, 시민단체들은 애초 계획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제주도는 비자림로 확장 공사 구간의 ‘아름다운 경관도로’ 조성 방침 보완 설계가 마무리됨에 따라 오는 20일부터 재착공에 들어간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재착공은 지난해 8월 공사가 중단된 뒤 7개월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도는 지난해 도로 확장 공사로 삼나무숲을 베어내면서 전국적 논란이 일자 주민과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지난해 11월29일 ‘아름다운 경관도로’ 조성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날 도가 발표한 공사 계획을 보면, 제주시 대천 교차로에서부터 금백조로 들머리까지 2.9㎞ 길을 3개 구간으로 나눠 오는 2021년 6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한다.
앞서 도는 보완 설계를 통해 애초 비자림로 양쪽에 심은 삼나무들을 베어내는 대신, 전체 공사 구간의 46%를 차지하는 2구간의 숲을 보존하면서 인근 목장 터를 활용해 2차로를 신설토록 설계했다. 중앙분리대 노릇을 하게 될 기존도로 오른쪽 삼나무숲엔 야자수 매트 숲길을 조성해 환경친화적인 도로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들의 반응은 차갑다. 비자림로 확장 공사가 제주 제2공항 연계도로로 추진되고 있는 데다 자연환경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어 “비자림로 확장계획은 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채 강행되고 있는 문제를 안고 있다”며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이 구간은 경관보전지구 2등급 지역이고 제주국립공원 예정지다. 제주도가 제주의 가치를 높이겠다면서 가치 보전은 내팽개치고 토건사업에만 달려들고 있다. 도의 주장대로 비자림로 도로 확장이 시급하다면 비자림로 전 구간은 물론이고, 제주도 내 대부분의 2차로를 4차로 이상으로 확장해야 한다. 교통량 조절을 위한 수요관리 정책이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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