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부산 동구 초량동 정발 장군 동상 근처에 서 있는 강제징용 노동자상.
20일 찾아간 부산 동구 초량동 정발 장군 동상 부근 인도에는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서 있었다. 노란색 목도리를 두른 노동자상 아래에는 시민들이 가져온 꽃들이 놓여 있었다. 노동자상 뒤쪽으로 줄에 걸린 하늘색 천들이 바람에 흩날렸다. 천에는 ‘일본은 사죄하라’ ‘노동자상을 소녀상 옆으로’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노동자상은 이곳에 20일째 서 있다.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건립특위)는 지난 1일 ‘3·1운동 100주년 부산시민대회’를 연 뒤 이곳에서 100여m 떨어진 일본총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옆에 노동자상을 세우려다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경찰과 대치하던 시민들은 이곳으로 돌아와 노동자상을 임시 설치했다. 앞서 노동자상 건립특위는 지난해 5월1일에도 일본총영사관 앞에 노동자상을 세우려고 했지만, 정부 반대로 세우지 못했다.
건립특위는 최근 노동자상을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 옆에 세울 수 있도록 부산시와 관할 지자체인 동구에 협의 요청 공문을 보냈다. 건립특위는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됐고, 일본 기업의 강제징용과 관련해 피해자들이 대법원 승소 판결까지 났다”며 “노동자상 건립과 친일 과거청산 문제에 시와 동구가 책임 있게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시 노동인권정책과 관계자는 “협의 시기와 장소 등 구체적 내용을 검토 중이다. 이번주는 일정이 꽉 차 있어 이르면 다음주에 협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구 안전도시과 관계자는 “시가 일정을 잡으면 구도 여기에 맞춰 준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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