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씨 부모살해 사건' 피의자 김아무개씨가 26일 오후 경기도 안양동안경찰서를 나와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청담동 주식 부자’로 알려졌던 이희진(33·수감 중)씨의 부모를 살해한 김아무개(34)씨는 1년 가까이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이씨의 불법 주식거래 등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을 만나 이씨 가족 관계와 재산 정보까지 캐내는가 하면, 이씨 아버지의 차량에 위치추적기까지 달아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경기도 안양동안경찰서는 26일 이런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김씨를 강도살인과 시체유기, 주거침입, 공무원자격 사칭, 위치정보법 위반 등 모두 5개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희진씨가 불법적인 주식거래 등으로 챙긴 돈을 부모에게 몰래 넘겼을 것으로 보고 범행 대상을 고른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이씨 아버지에게 빌려준 2천만원을 받지 못해 겁을 줘 받으려고 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런 채무관계를 뒷받침할 근거가 발견되지 않아, 경찰은 김씨가 애초부터 이씨 부모의 돈을 노리고 꾸민 범행으로 결론 내렸다. 앞서 김씨는 2017년 12월~지난해 1월께 인터넷에 ‘요트임대사업 투자자 모집’ 광고를 냈고 이 과정에서 이씨의 아버지를 만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김씨는 “살인이 우발적으로 일어났다”고 주장하지만, 경찰은 김씨가 이씨 부모의 아파트에 들어갈 때 흉기를 준비했고 살인현장을 수습하기 위해 표백제(락스)를 가져간 점 등을 근거로 살인까지 계획에 둔 범행으로 봤다.
경찰은 김씨가 추가 범행을 준비했던 것으로 판단했다. 김씨가 범행 이후 이씨의 어머니 행세를 하며 카카오톡으로 이씨 동생과 연락을 주고받아 만나기까지 한 점과 이씨 동생을 만난 지난 13일 심부름센터 직원에게 “2천만원 줄 테니 오늘 작업합시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 밖에 김씨는 지난해 4월 이씨의 불법 주식거래와 투자유치 등으로 피해를 당한 투자자들의 인터넷 카페모임 관계자를 한 차례 만나 이씨의 가족 관계 등에 대한 정보를 얻어내려 했고, 지난해 4월부터 이씨 아버지의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달아 동향을 파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중국 동포 ㄱ(33) 씨 등 3명을 고용해 지난달 25일 오후 4시6분에서 이튿날 오전 10시14분 사이 안양시 소재 이씨 부모의 아파트에서 이씨의 아버지(62)와 어머니(58)를 살해하고, 5억원이 든 돈 가방을 강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씨 아버지의 주검을 냉장고에 넣어 평택의 한 창고로 옮기고 어머니의 주검은 장롱에 숨겨놓는 등 사체를 유기한 혐의도 받는다. 한편, 지난 2월부터 두 차례에 결처 범행을 모의하고 실행한 뒤 범행 당일 중국 칭다오로 출국한 중국 동포 ㄱ씨 등은 현재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져 있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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