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주민들이 지난해 8월 곡성을 찾아온 장흥 주민들에게 예산감시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곡성좋은예산연구모임 제공
전남 곡성의 풀뿌리 예산감시모임이 공무원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곡성좋은예산연구모임은 27일 “전남도 행정심판위원회로부터 ‘곡성군은 업무추진비로 집행한 금품을 받거나 행사에 참석한 공무원의 이름을 공개해야 한다’는 결정을 최근 통지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군수 업무추진비 1억8000만원의 40%인 7200만원을 공무원의 밥값이나 격려에 써왔던 곡성군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단체는 한해 군 예산 3000억원 중 선출직 단체장의 선심용이라는 의혹을 받아온 업무추진비 용처를 집중적으로 조사해왔다. 지난해 8월 곡성군에 2017년 업무추진비 집행내용 공개를 청구했다. 그러나 군이 인적 사항을 뺀 채 공개하자 이의를 제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 부분공개 결정을 취소하라고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전남도 행정심판위는 넉 달 만에 행사참석자와 금품수령자 중 공무원의 이름을 공개하라고 결정했다. 공무원은 이런 행위가 공적 업무의 일환이어서 신분의 공표가 예정되어 있고, 집행의 엄정성과 공평성이 필요하다고 도 행정심판위가 판단했다.
이 단체는 “군 정보공개위의 비공개 결정이 뒤집혔다. 해당 자료를 받아 재분석하겠다. 곡성뿐 아니라 전국 어디서든 업무추진비를 공무원 밥값 정도로 여기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 김영희 대표는 “누구를 성가시게 하려는 게 아니다. 잘못된 씀씀이를 바로 잡고 싶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군 공무원 700여명은 아연 긴장하고 있다. 주민 10여명이 5년째 펼친 밀착감시의 효과로 여겨진다. 군 쪽은 “부담스럽고 조심스럽다. 견제의 눈길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도 떳떳해지고 싶은데 주민의 기대 수준이 너무 높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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