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연제구 도시철도 3호선 물만골역 부산인권전시관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사건을 돌아보는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1982년 당시 14살이었던 최승우씨는 집으로 가다가 부산 부산진구 개금파출소 앞에서 경찰에 아무 이유 없이 끌려간 뒤 ‘형제복지원’에 감금됐다. 그는 그곳에서 4년8개월 동안 인권유린을 당했다. 그곳에서 받은 고통의 기억은 치유되지 않는 상처로 남았다. 형제복지원을 나온 뒤에도 악몽에 시달렸다. 형제복지원 출신 ‘부랑아’라는 낙인도 찍혔다. 제대로 된 직업을 갖지 못했고, 평범한 삶을 살지 못했다.
2013년 최씨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들을 만났다. 그들의 삶은 그와 다르지 않았다. 그는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를 모으고 참상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어 2016년 9월 시작된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과 피해자 지원 등 내용을 담은 특별법 통과와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국회 앞 천막 농성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국가는 내 삶을 송두리째 빼앗고, 가족 또한 앗아갔다. 고통을 지울 수 없다. 여전히 상처로 남아 있다. 이제 고통에서 희망으로 나아가자고 한다. 살려는 몸부림”이라고 했다.
전상규 사진작가는 이들의 삶을 필름에 담았다.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인권사무소는 다음달 6일까지 부산 도시철도 3호선 물만골역 지하 1층 부산인권전시관에 형제복지원 피해사건을 돌아보는 사진전 ‘기억의 공존’을 열고 있다. 형제복지원 진상규명을 위한 피해 생존자들의 모습을 담은 작품 15점이 전시되고 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내무부 훈령에 따라 1975~1987년 무연고 장애인, 고아 등 시민을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역, 구타, 학대한 사건이다. 공식 확인된 사실만으로도 12년 동안 3000명 이상이 피해를 보았고, 이 가운데 513명이 숨졌다. 검찰은 1987년 박인근 당시 형제복지원장을 불법 감금 등 혐의로 기소했지만, 대법원은 “정부 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이라며 특수감금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박 전 원장은 전두환 정권 당시인 1981년 국민포장, 1984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박 전 원장의 훈장과 포장을 박탈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해 11월 피해 생존자에게 사과했고, 이 사건을 대법원에 비상상고(검찰총장이 다시 재판해달라고 신청하는 구제 절차)했다.
진상규명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형제복지원 특별법은 19대 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해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 재발의 됐지만, 계류 중이다. 전 작가는 “피해 생존자가 삶을 빼앗긴 지 30년이 지났다. 그들은 여전히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의 한복판에 있다. 형제복지원 사건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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