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서 수도산으로 이동한 반달가슴곰 케이엠(KM)-53. 환경부 제공
지리산권을 반복해서 벗어나려는 일부 반달곰들의 시도는 먹이와 번식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리산권을 벗어나려는 반달곰들을 위한 생태 통로와 연계 서식지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상돈 의원과 시민단체 ‘반달곰 친구들’, 환경부는 28일 국회에서 ‘반달가슴곰 서식권역 확대에 따른 대응 전략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에서 박영철 강원대 교수(산림과학부)는 “지리산 반달곰의 개체 수가 수용 한계인 60~70마리에 가까워지면서 생존 경쟁이 심해졌다. 밀도가 높아지면 젊은 수컷이 암컷과 먹이를 찾으면서도 근친 번식을 피하려고 분산 행동을 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지리산권에 연계 서식지를 조성해 반달곰 유전자 다양성을 높이고, 질병 등에 따른 멸종을 피해야 한다. 백두대간에 반달곰 100마리 이상이 살 수 있도록 설악산권과 울진·봉화권 등 광역보호지구 3곳을 추가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이날 환경부는 2004년부터 펼친 반달곰 복원 사업으로 지리산권에서 반달곰 62마리(방사 22마리, 출생 40마리)가 살고 있다고 보고했다. 5년생 수컷인 케이엠(KM)-53은 ‘수도산 반달곰’, ‘콜럼버스 곰’으로 불릴 정도로 이동이 활발해, 2017년 지리산~수도산을 두 차례 오가며 주요 도로 10곳을 횡단했고, 이듬해 고속도로에서 차에 치여 숨질 뻔했다. 지난해 8월 수도산에 방사된 뒤 가야산에서 겨울잠을 자는 등 적응을 마쳤다. 이 곰의 연간 이동 거리는 193㎞, 행동권은 34㎢로 나타났다. 지리산에 풀어준 곰들의 교배로 태어난 케이엠-55는 지난해 6월 섬진강을 건넜다가 백운산에서 올무에 걸려 숨지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반달곰 관리의 방향을 개체(점)에서 서식지(면)로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토론에선 서식권역의 안전을 확보하는 방안들이 제시됐다. 강재구 국립종복원기술원장은 “케이엠-53뿐 아니라 다른 곰들도 지리산을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인근에 소규모 개체군을 형성할 수 있게 유도용 울타리, 생태적 통로·수로 등으로 연결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철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모임’ 사무국장은 “연계 서식지로 함양 금대산, 산청 구곡산, 하동 황장산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분산 행동을 위협하는 올무·덫 등을 없애고, 곰에 의한 피해를 보상하는 등 주민 공감 속에 진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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