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경찰특공대가 부산도시철도 감전역 폭발물을 수색하는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
지난해 12월18일 112에 ‘부산 도시철도 감전역에 폭탄을 설치했다. 15분 뒤 터뜨리겠다’는 문자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소방·군은 현장에 출동해 수색했지만, 폭발물을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신고 문자를 보낸 전화번호를 추적해 ㄱ(48)씨의 전화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ㄱ씨는 신고 문자를 보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범인은 보이스피싱 조직이었다.
ㄱ씨는 이날 ‘정부가 지원하는 저금리 대환대출을 해주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보이스피싱 조직에 연락했다. 대환대출은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으로 이전의 대출금이나 연체금을 갚는 것을 뜻한다. 조직은 ㄱ씨에게 대출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며,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도록 권유했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원격으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볼 수 있고, 금융기관으로 거는 전화를 보이스피싱 조직의 콜센터로 전환하는 기능이 있다.
조직은 ㄱ씨에게 대환대출 조건으로 기존 대출금 상환을 요구했다. ㄱ씨는 두 차례에 걸쳐 1205만원을 보낸 뒤에야,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시 조직의 연락을 받은 ㄱ씨는 송금을 거부했다. 조직은 ㄱ씨 스마트폰에 설치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폭탄 협박문자를 보냈다. 또 ㄱ씨의 배우자에게 이혼하자는 문자메시지를, 가족에게도 욕설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사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 등 혐의로 ㄴ(36)씨 등 조직원 15명을 구속하고, 달아난 2명을 인터폴에 수배했다. 이들은 지난해 1월 중국 칭다오시에 보이스피싱 콜센터 사무실 등을 마련한 뒤, ㄱ씨 등 211명을 속여 20억4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도록 권유하거나 선입금을 요구하는 경우 보이스피싱일 가능성이 크다. 해당 금융기관에 직접 방문하거나 다른 사람의 전화로 중복해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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