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중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에서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곳에서 영업을 하던 400여개의 업체들은 도심 재생 사업이 진행되면서 쫓겨나게 됐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002년부터 추진된 서울 세운상가 일대 재개발 사업으로 청계천·을지로 일대 땅값이 약 5조7000억원이 올랐고 이 가운데 3조7000억원은 순수한 재개발 사업의 영향이란 분석 결과가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4일 ‘세운재개발 개발이익 추정 및 특혜개발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2002∼2016년 세운 재개발 구역(세운재정비촉진지구)의 땅값 상승액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정상적인 지가상승분을 제외한 3조7000억원은 순수하게 재개발 사업으로 발생했고 토지주들에게 돌아갈 이익”이라며 “불로소득 사유화를 막기 위해 공영개발을 해야한다”라고 주장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는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와 청계천·을지로 일대를 다시 정비하기 위해 지정된 지구로 서울 4대문 내 역대 최대 정비사업으로 불린다. 이 지역에 자리잡은 상공업 생태계와 ‘을지면옥’ 등 오래된 식당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면서 시민단체·상공업인들이 반발했다.
경실련 분석을 보면, 세운재정비촉진지구 가운데 사업시행인가가 난 세운 3-1·2·4·5·6·7구역, 세운 4구역, 세운 6-3-1·2구역의 땅값은 청계천이 개발되기 전인 2002년 3.3㎡당 공시지가가 1674만원, 사업이 시행되기 직전인 2016년에는 5101만원까지 올랐다. 세운 6-3-1·2구역의 공시지가와 감정평가액을 비교해 산출한 감정평가 반영률 1.72배로 계산해보면, 세운재정비촉진지구의 시세는 2002년 3.3㎡당 2878만원에서 2016년 8774만원까지 올랐다는 추정치가 나온다.
경실련은 사업시행인가가 난 대지면적(6만3543㎡)은 전체 재정비촉진지구의 일부에 불과해, 전체 추정 대지면적(33만578㎡)으로 환산하면, 2002년에서 2016년 사이 감정평가액 기준으로 모두 약 5조6646억원이 올랐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경실련이 조사한 중구 인근 지역(남대문 상가지역)의 지가변동분을 제하면 약 3조5600억원이라는 차익이 나온다. 경실련은 “이 조사에서 추정한 세운 지역 3조5600억원 규모의 개발이익은 사업시행인가 전에 발생한 금액으로 토지주에게 모두 귀속된다”며 “막대한 개발이익이 사유화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거품인 불로소득이 사유화되는 민간주도의 재개발사업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당장 사업을 중단하고, 공영개발을 시행하라”며 “원주민 재정착대책을 수립하고, 구역별 사업 시기를 조정하고, 기반시설 및 공공시설을 확보해야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세운재개발지역 한 토지주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그렇게 많이 올랐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어떻게 추정한 것인지 신뢰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재개발 시행사 관계자도 “많은 시세 차익이 난다면, 토지주들이 왜 땅을 팔고 가지 않고 개발을 기다리겠느냐”고 말했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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