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군이 일반 판매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는 정이품송 자목. 정이품송 솔방울 씨앗을 받아 키웠으며, 정이품송과 유전자가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은군 제공
충북 보은군의 ‘정이품송 후계목’ 장사가 중단됐다.
문화재청은 4일 보은군에 천연기념물 정이품송(103호) 후계목 판매 중단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문화재청은 “2008년과 2009년 정이품송 유전자 보존과 정이품송 특화 숲 조성 등을 이유로 보은군이 요청한 문화재(정이품송) 현상변경 허가를 했다. 정이품송 후계목 판매를 위한 허가를 한 적이 없다. 법률·내부 검토가 내려질 때까지 판매 중단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보은군은 지난해 정이품송 후계목 21그루를 충남·충북 등 공공기관 21곳에 판 데 이어, 지난 1일 기관·기업·개인 등 일반에게 100만원을 받고 해마다 200여 그루씩 분양할 계획을 내놨다. 군은 정이품송 후계목 판매를 위해 충북대 산학협력단에 맡겨 유전자 검사까지 맡겼으며, 구매자에게 유전자 검사 결과와 품질 인증서 등도 발행해 줄 계획이었다. 정이품송과 5㎞ 남짓 떨어진 서원리 소나무(천연기념물 352호) 후계목도 한 그루에 50만원씩 받고 판매할 참이었다.
고행준 보은부군수는 “정이품송이 애초 자태를 잃고 고사 위기여서 유전자 보존을 위해 후계목 육성에 나섰고, 1만 그루 정도로 늘렸다. 판매해도 종 보존에 영향이 없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문화재청과 사전 협의를 하지 않은 불찰이 있다. 판매를 보류하고, 문화재청의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보은군이 판매에 나선 정이품송 후계목은 군이 군유림 묘포장에서 키운 10년생 소나무다. 군은 정이품송 솔방울 속 씨앗을 받아 키웠으며, 후계목은 키 3~4m, 밑동 지름 10~15㎝ 정도로 자랐다. 군이 정이품송 후계목 판매에 나서자 보은군에는 문의 전화가 잇따랐다. 이와 함께 ‘발상이 기발하다’, ‘문화재청은 딴지 걸지 말라’, ‘후계목이라도 허가 없이 판매는 안 된다’, ‘천연기념물 자목으로 돈벌이는 안 된다’ 등 찬반 논란도 뜨거웠다.
정지흥 문화재청 천연기념물 담당은 “유전자 보존과 판매는 엄연히 다른 목적이다. 보은군에 후계목 육성 과정, 판매 추진 경위 등에 대한 답변을 8일까지 달라고 했으며, 이를 검토한 뒤 관련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이품송이 600살을 넘기면서 폭설·강풍 등으로 가지를 잃어 직각 삼각형 형태의 초라한 모습으로 변했다(왼쪽). 오른쪽은 1990년대 초까지 정삼각형 형태의 우아한 자태를 뽐내던 정이품송. 보은군 제공
속리산 법주사 입구에 있는 정이품송은 조선 시대 세조의 어가 행렬이 지날 때 늘어뜨려진 가지를 스스로 들어 ‘정이품’ 벼슬을 받았다는 전설을 지니고 있다. 애초 정삼각형 형태의 웅장한 자태를 자랑했지만, 태풍·폭설 등의 영향으로 가지가 부러져 한쪽 면이 훼손됐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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