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1938~2016) 신부를 회고록을 통해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거짓말쟁이’라고 주장해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광주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88) 전 대통령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이 8일 열린다. 다만 이날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는 준비기일이어서 전씨는 법정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장동혁 판사는 8일 오후 2시 201호 법정에서 전씨에 대한 공판 준비기일을 진행한다. 공판 준비기일은 검찰과 변호인이 재판의 쟁점사항을 정리하고 증거조사 방법 등에 대해 논의하는 절차다. 이번 공판 준비기일에선 5·18 헬기 사격을 입증할 검찰의 증거목록에 대해 전씨 쪽의 채택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전씨 쪽이 부인하는 증거를 중심으로 증인신문 등 공판 절차가 진행된다. 검찰은 전씨를 재판에 넘긴 뒤에도 5·18 헬기 사격을 입증할 참고인 진술을 받는 등 수사를 이어왔다.
지난달 11일 광주지법 앞에서 5·18단체 회원과 시민들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죄를 촉구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전씨는 공판 준비기일인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민사·행정재판과 달리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의 출석은 의무사항이지만, 준비기일은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11일 첫 공판에선 10개월 만에 전씨가 법정에 출석해 공소장에 기재된 인물인지를 확인하는 인정신문과 피고인의 공소사실 인정 여부 등의 절차만 이뤄졌다. 전씨는 “헬기 사격은 없었고, 있었다 하더라도 1980년 5월21일은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전씨는 이번 공판 준비기일 이후 열리는 공판기일엔 원칙적으로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 민사·행정재판과 달리 형사재판 피고인은 공판에 출석할 의무가 있다. 전씨가 재판부의 허가 없이 공판기일에 불출석하면 강제구인장이 발부될 수 있다. 다만 재판부가 한 달에 두 번 정도 특별기일을 여는 등 집중심리 방식을 채택할 경우 전씨의 출석 여부는 공판기일마다 재판부의 허가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광주지법 쪽은 “공판기일 피고인 출석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피고인 출석 허가 여부는 재판부 판단 사항”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11일 광주지법 앞에서 5·18 당시 자식을 잃은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5월단체 등이 전씨의 회고록과 관련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 민사재판 변론 준비기일도 8일 오후 4시 광주고법에서 열린다. 5월단체와 고 조비오 신부 조카 조영대 신부 등은 2017년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전씨 쪽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전씨 쪽은 지난해 9월 1심에서 회고록의 표현 69개를 삭제하고 5월단체와 조 신부 등에게 모두 7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하자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한편, 전씨는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1938~2016) 신부를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거짓말쟁이’라고 주장해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지난해 5월 재판에 넘겨졌다.
광주/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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