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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도령마루 해원상생굿…“이제 편히 잠드소서”

등록 2019-04-07 11:30수정 2019-04-07 11:38

제주민예총, 6일 도령마루에서 해원상생굿
60여 원혼 달래는 해원굿…방사탑도 건립
서순실 심방이 6일 제주시 도령마루에서 4·3해원상생굿을 집전하고 있다.
서순실 심방이 6일 제주시 도령마루에서 4·3해원상생굿을 집전하고 있다.
“1949년 1월17일 낮 12시께 경찰이 제주농업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던 형님을 조사할 것이 있다며 데려갔다. 그 뒤 소식을 몰라 나중에 도령마루 소나무밭에서 10여명이 같이 총살됐다는 소문을 들었다. 혹시나 하고 가족들이 찾으러 갔다. 4개월 정도 지난 뒤여서 시신을 구분할 수 없어 옷을 보고 찾았다. 시신을 수습해 마을 공터에 눕혔는데 총알 자국으로 여러 군데 구멍이 뚫려 있었다. 마을 사람들의 애도 속에 장례를 치렀다. 형이 좌익운동을 했으면 공개적으로 장례를 치르지 못했을 것이다. 형은 잘못이 없다.”(문아무개·87·제주시 도남동)

‘해태동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제주시 도령마루(도령모루)는 제주4·3 당시 많은 주민이 희생된 곳이다. 이곳은 제주국제공항과 신제주를 잇는 제주시의 관문이다. 제주민예총과 제주4·3기념사업회는 지난 6일 제주시 도령마루에서 4·3문화예술축전의 하나로 ‘도령마루 4·3해원상생굿’을 열어 4·3 희생자들의 넋을 달랬다.

서순실 심방이 6일 제주시 도령마루에서 4·3해원상생굿을 집전하고 있다.
서순실 심방이 6일 제주시 도령마루에서 4·3해원상생굿을 집전하고 있다.
굿은 제주큰굿보존회의 서순실 심방이 집전한 가운데 억울하게 숨진 영혼을 좋은 곳으로 가도록 기원하는 ‘시왕맞이 초감제’를 시작으로 유족 현장 증언, 소설 <도령마루의 까마귀>를 쓴 현기영 작가의 이야기, 살풀이, 서천꽃밭 질치기(영혼을 위로하고 저승길로 보내는 의식)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서 심방은 희생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고 제를 올리는 사연을 고하며 희생자들의 넋을 돌봐 줄 것을 신들에게 청했다.

이름도 없는 갓난아기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밝혀진 도령마루의 4·3 희생자는 66명이다. 제주민예총은 “4·3의 아픔이 담긴 땅이 어느 순간 특정 업체의 이름으로 대표되며 역사를 잃어버렸다”고 비판했다. 민예총은 “4·3은 인적·물적 피해는 물론 공동체 문화와 정체성마저 빼앗아갔다. 제주의 정체성을 되찾자는 의미에서 도령마루에서 해원상생굿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민예총은 도령마루 건너편 공유지에 원혼을 위로하고 나쁜 기운을 막는다는 의미를 지닌 높이 3m, 지름 2.5m의 방사탑을 세웠다. 민예총은 지난 2002년부터 4·3 당시 학살터와 잃어버린 마을 등을 찾아 현장위령제를 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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