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구 초량동 정발 장군 동상 근처에 서 있는 ‘강제징용 노동자상’
부산의 시민단체가 강제징용 노동자상과 평화의 소녀상이 있는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총영사관 근처 길을 항일거리로 만들자고 정부 등에 제안했다.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건립특위)는 “14일 동구 초량동 일본총영사관 근처에 있는 정발 장군 동상 앞에서 항일거리 선포 시민대회를 연다”고 8일 밝혔다. 정발 장군 동상 앞에 있는 강제징용 노동자상에서 직선으로 150m가량 떨어진 일본총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까지의 길을 항일거리로 조성하자는 것이다. 건립특위가 선포일로 잡은 14일은 임진왜란 당시(1592년 4월14일) 정발 장군과 조선 백성 등 수백명이 인근 부산 진성에서 1만명이 넘는 왜군에 맞서 싸우다 모두 전사한 날이다.
건립특위는 “일본 정부는 현재까지 일제강점기 때 조선 민중 강제납치와 강제노동에 대한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을 하지 않고 있다.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 역사가 공존하는 이곳을 항일 거리로 만들어,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 역사를 기억하고 친일 적폐 청산 의지를 다지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1일 건립특위는 정발 장군 동상 앞에서 삼일절 100주년 부산시민대회를 연 뒤 노동자상을 소녀상 옆에 세우려다 경찰에 가로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건립특위는 이곳으로 돌아와 노동자상 임시 설치를 선언했다. 이어 건립특위는 부산시와 관할 지자체인 동구에 노동자상 거취 문제 협상 요청 공문을 보냈다.
협상에 나선 건립특위와 부산시, 동구는 지난 3일 열린 노동자상 건립 1차 협상에서 양쪽 입장차만 확인했다. 건립특위는 노동자상을 일본총영사관 앞으로 옮겨야 한다고 요구했고, 부산시 등은 외교적 문제 등을 이유로 노동자상을 다른 곳에 세워달라고 요청했다. 건립특위와 부산시 등은 이번 주 2차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글·사진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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