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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경감은 몰랐고, 후보자는 상관없다?”

등록 2019-04-08 19:02수정 2019-04-08 21:45

전주덕진경찰서, 전북대 총장선거 ‘부정’ 전현직 교수 2명 검찰 송치
4개월 넘는 수사 마무리…김 경감·후보자는 불기소 의견
경찰 “2명만 혐의입증 가능…나머지는 정황만”
조현제(왼쪽) 전주덕진경찰서 수사과장 등이 8일 전북경찰청 기자실에서 전북대 총장선거와 관련한 수사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전북경찰청 제공
조현제(왼쪽) 전주덕진경찰서 수사과장 등이 8일 전북경찰청 기자실에서 전북대 총장선거와 관련한 수사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전북경찰청 제공
‘경찰청 김 경감은 상황을 제대로 몰랐고, 외부세력을 끌어들인 전현직 교수와 유력후보자는 상관없다?’

지난해 10월 치러진 전북대학교 총장 선거에서 현직 총장을 낙선시키려고 전현직 교수들이 외부세력을 끌어들인 정황이 드러났다. 하지만 교수들을 만난 경찰관과, 해당 유력 후보자는 혐의가 없다는 수사 결과가 나와 비판이 일고 있다.

전주덕진경찰서는 지난해 10월16일 전북 전주의 한 카페에서 경찰청 수사국 김아무개 경감을 만나 이남호 현 총장에게 비리가 있다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전하는 등의 혐의(교육공무원법·정보통신망법 위반, 명예훼손, 무고 등)로 전북대 ㄱ교수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은 또 이런 사실을 공모·유포한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 명예훼손 등)로 전직 전북대 교수인 ㄴ씨도 송치했다.

경찰수사 결과, ㄱ교수와 서울에서 활동하는 ㄴ씨는 지난해 10월29일 치러진 전북대 총장선거를 앞두고 이남호 총장을 떨어뜨리고 자신이 지지하는 유력 후보자를 당선시키기 위해 사전 모의했다. 이런 과정에서 한 민간인이 경찰청 수사국 김아무개 경감에게 전북대 총장의 비리설을 전달해줬다. 본청에서 1년가량 근무한 김 경감은 그동안 첩보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전북대 총장 비리설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난해 10월16일과 18일 2차례 전주에 온 김 경감은 두 번째 방문에서야 학교운영과 관련한 비리설을 알았다고 한다. 제대로 몰랐다는 것이다. 김 경감은 교수 3명과 만났고 5명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경찰은 전했다.

ㄱ교수는 이후 전북대의 다른 교수에게 “경찰이 이 총장에 대한 탐문을 시작했다”고 말해 이런 내용이 교수회에 전달되도록 했다. 전현직 교수들이 공모해 유포한 의혹은 이 총장을 겨냥한 경찰의 내사설로 발전해 대학 게시판과 교수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급속히 확산했다. 총장선거를 앞두고 열린 후보자 토론회에서 후보들은 이 의혹을 쟁점화했고, 재선에 도전한 이 총장은 2위에 그쳤다.

경찰청 김아무개 경감이 지난해 10월 전북대 교수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전북경찰청 제공
경찰청 김아무개 경감이 지난해 10월 전북대 교수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전북경찰청 제공
전북대 교수 40명은 지난해 11월26일 “문자를 보낸 김 경감이 총장 비리 여부를 알 리 없는 평교수들이나 선거에 출마한 경쟁후보자들을 만나 비리와 무관한 이남호 총장에게 비리가 있는지를 알아본 이유, 총장 내사설이 선거의 핵심쟁점으로 부각돼 선거판도를 완전히 뒤엎고 있는데도 이를 묵인 방치한 이유 등을 조사하고, 다시는 이런 불법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해달라”며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경찰은 일부 교수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내사설을 퍼뜨렸다고 보고 교수실 압수수색과 관련자 소환 등 4개월 넘게 수사를 벌여왔다. ㄱ교수는 “서울 차원에서 전 총장의 비리 의혹을 조사하면 다른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범행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현제 전주덕진경찰서 수사과장은 “그동안 수사기록만 5천~6천쪽이 될 만큼 많은 양을 수사했으나, 전현직 교수 2명만 혐의입증이 가능하고 나머지는 정황은 있지만 혐의입증이 어려웠다. 전현직 교수 2명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게 할 목적으로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보인다. 입건한 나머지 3명은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말했다.

전주덕진경찰서 전경
전주덕진경찰서 전경
그러나 부적절한 처신을 한 김 경감과 외부세력을 이용한 전현직 교수가 밀었던 유력 후보자를 처벌하지 못해 부실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장준갑 전북대 교수는 “몸통이 빠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이런 수사가 어디 있느냐. 대학 민주화의 상징으로 여겨온 총장 직선제에서 다시는 이런 불법적 행동을 못 하도록 공정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경찰을 끌어들인 교수들은 법적 심판 이전에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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