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과 주인공의 대부분을 남성이 차지하는 등 어린이 그림책도 성비 불균형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여성가족재단은 10일 “2018년 대구지역 작은도서관에서 많이 대출되는 어린이 도서 100여권을 조사했더니, 등장인물 가운데 여성은 38.2%에 불과했다. 또 주인공 중 여성은 33.3%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책에 등장하는 남성의 직업은 의사, 연구원, 요리사, 과학자 등 전문직과 대통령, 경찰, 군인 등 공인이 많았다. 하지만 여성은 대부분 교사, 간호사, 주부로 등장했다. 어머니는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을 하는 사람으로 그려지곤 했다.
여성가족재단은 “어린이 책의 내용이 부부와 자녀를 기본단위로 하는 ‘정상가족’을 전제로 가족관계를 그리고 있으며, 이혼가족, 한부모가족, 다문화가족, 조손가족 등 다양한 가족형태를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책은 드물었다”고 밝혔다. 이경숙 대구여성가족재단 성별영향평가센터장은 “어린이가 즐겨 읽는 책에서는 등장인물과 주인공의 남녀 성비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현실에서 1인 가구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추세인데, 어린이책이 이를 부정적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구여성가족재단은 이 조사를 바탕으로 성평등을 주제로 삼거나 성평등한 시각이 잘 담긴 ‘성평등 도서’ 10권을 추천했다. 의존적 여성 캐릭터는 그만이라고 외치는 <종이 봉지 공주>, 남녀를 가르기보다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힘을 모으는 것이 더 멋진 사회를 만든다는 내용의 <코숭이 무술>, 편견과 차별을 넘어 끊임없이 노력해 훌륭한 업적을 남긴 <바위를 뚫는 물방울 시리즈> 등이 성평등 도서에 포함됐다. 또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성평등 이슈를 다룬 <안녕, 내이름은 페미니즘이야>, 가족 구성원 모두 태어난 모습대로 원하는 대로 살기 위해 지켜야 할 목록을 말해주는 <우리가족 인권선언 시리즈>도 성평등 도서로 추천됐다.
정일선 대구여성가족재단 대표는 “그림책은 어린이가 자라서 어떤 사람이 될지 꿈을 그리게 해준다. 편견이 담겨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성평등 그림책은 어린이의 성평등 사고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사진 대구여성가족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