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구 초량동 정발 장군 동상 근처에 서 있는 ‘강제징용 노동자상’
부산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동구 초량동 일본총영사관 근처에 있는 정발 장군 동상이 있는 쌈지공원에 세워진다.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건립특위)와 부산 동구청은 노동자상을 이곳에 세우기로 합의했다고 11일 밝혔다. 양쪽은 ‘일제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해 민과 관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한다’, ‘건립 공간은 현재 노동자상이 임시 설치된 정발 장군 동상 근처 쌈지공원으로 한다’는 등의 내용의 합의문을 작성했다. 동구청은 노동자상 건립 공간과 공사 진입로 등을 확보하는 등 건립특위와 협의하기로 했다.
앞서 건립특위는 지난해 5월1일 일본총영사관 앞에 노동자상을 세우려고 했다. 정부는 한·일 관계를 고려해 이를 반대했고, 노동자상을 세우지 못했다. 건립특위는 지난달 1일 정발 장군 동상 앞에서 삼일절 100주년 부산시민대회를 연 뒤 노동자상을 세우려고 했지만 경찰에 가로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건립특위는 정발 장군 동상 근처에 노동자상을 놓고 임시 설치를 선언했다.
이후 건립특위는 부산시와 관할 지자체인 동구청에 노동자상 거취 문제 협상 요청 공문을 보냈다. 건립특위와 부산시, 동구청은 지난 3일 1차 협상을 진행했지만 양쪽 입장차만 확인했다. 건립특위는 노동자상을 일본총영사관 앞으로 옮겨야 한다고 요구했고, 부산시 등은 외교적 문제 등으로 노동자상을 다른 곳에 세워달라고 요청했다. 건립특위와 동구청은 이날 열린 노동자상 거취 2차 협상에서 정발 장군 동산 근처의 쌈지공원에 노동자상을 세우는 것으로 합의했다.
건립특위는 14일 정발 장군 동상 앞에서 ‘항일거리 선포 시민대회’를 연다. 노동자상에서 직선으로 150m가량 떨어진 일본총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까지의 길을 항일거리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노동자상은 법률상 불법 조형물이기 때문에 설치가 불가하다. 건립특위에서 제안하는 공간과 시가 제안하는 공간 중 어디에 설치하는 것이 좋을지 시민에게 묻는 공론화 과정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건립특위 관계자는 “부산시가 합의된 장소에 노동자상을 세우면 행정대집행(강제철거)에 나선다고 예고했다. 노동자상 설치는 친일 적폐청산의 뜻을 담은 행위다. 충돌을 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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