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부산시청 7층 시장실에서 시의 강제징용 노동자상 강제 철거를 항의하는 시민이 경찰 등에 끌려나오고 있다.
부산 강제징용 노동자상 강제 철거에 분노한 시민단체 등이 부산시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들 단체는 시청사 1층에서 오거돈 부산시장의 사죄와 해명을 촉구하고 있다.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건립특위)와 시민단체 등은 노동자상 강제 철거에 반발해 15일 아침 7시부터 부산시청 앞에서 오거돈 부산시장 출근 저지에 나섰다. 오 시장은 시청 근처에서 차로 바꿔 타고 청사 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단체는 이날 오전 9시께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친일 적폐청산의 뜻을 담아 시민이 만든 노동자상을 부산시가 강제 철거했다. 오 시장을 노동자상을 즉각 반환하고, 강제 철거를 공식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부산민중연대 관계자는 “강제 철거 당일 낮 12시께 노동자상 건립 공론화 과정을 진행하자며 대화 요청을 하고, 이날 오후에 기습적으로 노동자상을 강제 철거했다. 일본 총영사관 출입문 근처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울 당시 서병수 전 부산시장도 이렇게 기만하지 않았다”며 오 시장을 비난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시청사 1층에서 오 시장 면담과 사죄, 노동자상 반환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시청 경비원, 시의 행정응원 요청을 받은 경찰 등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 총무과는 이들한테 “물러나지 않으면 업무방해, 퇴거불응죄, 건조물 침입죄를 묻겠다”고 경고했다.
15일 부산시청 1층에서 시민단체들이 시의 강제징용 노동자상 철거를 항의하고 있다.
비슷한 시각 7층 시장실 앞에서도 시민단체 회원 10여명이 시청 직원 등과 대치하며 오 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이들은 “당초 일본 총영사관 출입문 근처 평화의 소녀상 바로 옆에 노동자상을 세우려고 했다. 동구청 등과 교섭 끝에 거듭 양보하면서 노동자상을 평화의 소녀상에서 150여m 떨어진 정발 장군 동상 근처에 세우기로 합의했다. 오 시장은 시민단체의 뜻을 짓밟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시청 직원과 경찰은 이들을 한 명씩 끌고 나왔다.
시는 “충돌 최소화를 위해 전격적으로 (행정대집행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충분한 소통이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 거듭 유감의 뜻을 전한다”면서, 노동자상 설치 장소 결정 공론화 과정을 제안했다. 시는 “다음달 1일 이전까지 노동자상 설립 장소를 결정하고, 건립특위에서 공론화 기구 구성을 맡을 기관이나 단체를 지정하면, 방식과 내용을 모두 공론화 추진기구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건립특위 등 시민단체는 시청사 1층에서 오 시장 면담, 노동자상 반환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건립특위는 지난해 5월1일과 지난달 1일 일본 총영사관 출입문 근처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바로 옆에 노동자상을 설치하려 했지만, 정부 등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자 정발 장군 동상 근처에 노동자상을 임시로 뒀다. 건립특위와 동구는 11일 일본 총영사관 근처에 있는 정발 장군 동상 근처에 노동자상을 두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시는 합의를 인정하지 못한다며, 건립특위가 정발 장군 동상 근처에 임시로 둔 노동자상을 강제 철거해 남구 대연동의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1층으로 옮겼다.
글·사진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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