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사랑한 지정환 신부 장례미사 치러져
16일 오전 10시 전주 중앙성당…1천명 참석
김선태 전주교구 주교 “구체적 사랑 실천” 강조
16일 전주 중앙성당에서 열린 지정환 신부의 장례미사에서 고별식이 열리고 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그는 2016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는데, 소감을 묻자 ‘정말 좋은 선물이고, 한국 사람으로 생각해줘서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주임신부로) ‘첫 부임지인 전북 부안은 첫사랑이고, 두번째 부임지인 전북 임실은 고향이었으며, 영원히 한국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을 사랑한 ‘임실 치즈의 아버지’ 지정환 신부의 장례미사가 16일 오전 10시 전주 중앙성당에서 봉헌됐다. 천주교 전주교구 총대리인 박성팔 신부가 지정환 신부의 61년 사제 생활과 한국에서 산 60년을 소개했다. 농민과 장애인을 위해 평생을 살며, 전북 임실 치즈를 탄생시킨 공로로 지 신부는 지난 15일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이날 장례미사에는 신자 1000여명이 참석했다. 지 신부의 숭고한 삶을 설명하는 말들이 계속 이어지자, 신자들은 두 손을 모으고 눈물을 흘렸다. 천주교 전주교구의 김선태 사도요한 주교는 강론에서 인생 대부분을 한국에서 산 그의 삶을 5가지로 요약했다. 가난한 농민을 위해 현대적 장비 없이 일군 전북 부안의 간척 사업, 임실 지역을 위해 고생하며 추진한 치즈 사업, 중증 장애인 자활 공동체 무지개가족 설립, 사재 등 7억8900여만원을 모두 털어 장애인 학생 571명을 도운 장학 사업, 2003년 은퇴 뒤 한국 교회 역사를 프랑스어로 번역한 일 등이다.
지정환 신부의 장례미사가 끝난 뒤 그의 주검이 옮겨지고 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김 주교는 “소탈하고 사랑이 많았던 그는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에게 헌신했다. 보통의 사람과 달리, 강자에게 강했고 약자에게는 한없이 약했다. 예수님을 뒤따라 십자가 여정을 보인 그를 본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주교는 지난 1월 지정환 신부를 만났던 일을 소개하며 “그는 ‘이웃에게 절망이 아닌 희망을 줘야 한다. 내가 남긴 발자취는 모든 게 하느님의 계획이고 섭리’라고 말했다. 우리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헌신하는 사랑의 삶을 살자”고 강조했다.
지정환 신부의 장례미사가 끝난 뒤 그의 장례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지 신부의 조카 아니타씨는 고별식에서 한국어로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한 뒤 “삼촌이 한국에서 생활한 60년 동안 가족의 일원으로 대해줘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장례미사는 1시간30분가량 진행됐다. 지 신부의 주검은 화장된 뒤 이날 오후 전주교구청 근처 치명자산 성직자 묘지에 묻혔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