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새벽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한 주민이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다른 주민들을 흉기로 마구 찔렀다. 이 사고로 이 아파트 주민 5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17일 새벽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이 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이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이웃들에게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이 사고로 주민 5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이날 새벽 4시30분께 경남 진주시 가좌동 ㅈ아파트 주민 안아무개(42)씨가 4층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흉기 2개를 들고나와 중앙복도 1층과 2층 사이 계단에서 대피하는 주민들을 기다렸다. 잠을 자다가, 아파트에 불이 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민들은 계단으로 급히 대피했다. 안씨는 불을 피해 계단으로 내려오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이 사고로 안씨의 흉기에 찔려 황아무개(74·남)·김아무개(64·여)·이아무개(56·여)씨와 금아무개(11·여)·최아무개(18·여)양 등 5명이 숨지고, 강아무개(30·여)씨 등 4명이 크게 다쳤다. 또 8명은 연기를 흡입해 부상을 당했다. 경찰은 “누군가 2층 계단에서 칼로 사람을 찌른다. 뭔가 무너지는 소리가 나고, 사람들이 대피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장에서 대치 끝에 안씨를 붙잡았다. 불은 소방당국에 의해 20여분만에 꺼졌다.
사고 당시 인근 경비실에서 잠을 자며 쉬고 있던 경비원 권아무개(72)씨는 “경비실 안에 있는 소방벨이 새벽 4시30분께 갑자기 울려서 잠을 깼다. 불이 난 건물로 급히 뛰어가 보니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소리를 치며 밖으로 달려 나오고 있었다. 119에 신고를 했는데, 앞서 다른 주민도 신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경비실 등에는 3명이 근무하고 있었으나, 밤 12시부터 새벽 5시30분까지는 휴게시간이라 모두 잠을 자며 쉬고 있었다.
새벽에 간신히 목숨을 건진 한 주민은 “불이 났다는 사실을 알고 대피하기 위해 급히 아파트 계단으로 뛰어 내려갔다. 그런데 3층쯤 내려갔을 때 주민들이 반대로 뛰어 올라오며 ‘누가 칼로 찌른다’라는 소리를 쳤다. 주민 10여명과 함께 3층으로 뛰어 올라가, 문이 열린 집에 들어가서 조용해질 때까지 문을 잠그고 숨어있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안씨는 가족 없이 혼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지난 2015년 12월 이곳에 입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업이 없어 거의 온종일 집 안에서 혼자 지냈다. 경찰은 안씨가 정신질환을 앓았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따라 안씨의 병원 진료기록을 확인하고 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주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안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함을 치고 이상한 행동을 하며 주민들과 반복해서 마찰을 빚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올해 초 위층 사람들이 자신에게 벌레를 던진다고 신고를 했는데, 확인했더니 그 시간에 위층에는 모두 출근하고 아무도 없었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위협한다는 신고도 했다. 지난달 초 오후 3시께에는 베란다 창문을 열고 밖을 향해 욕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이 때문에 경찰도 여러 차례 출동했으나 소용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안씨가 2차례에 걸쳐 윗집에 찾아가 오물을 뿌렸다. 이 때문에 위층 복도에 폐회로텔레비전까지 설치했다”고 덧붙였다.
한 이웃 주민은 “이 아파트는 층간소음이 매우 심하다. 윗집 화장실 소리가 그대로 들릴 정도이다. 안씨가 평소 층간소음을 견디지 못해 관리사무소에 신고하고 직접 윗집에 찾아가 항의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찰은 “안씨는 범행을 저지른 이유에 대해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범행 당시 술에 취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특별전담팀을 긴급구성해 현장탐문과 피해자 조사 등 광범위한 초동수사에 들어갔으며, 전문상담관 등으로 피해자 보호팀을 구성해 피해자를 1대 1로 보호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집안 대부분이 불 탔고, 거실·현관·주방 등에는 불을 붙일 때 사용됐던 것으로 추정되는 그을린 종이가 발견됐다. 정확한 발화지점과 불을 붙인 방법은 정밀감식을 해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가 난 아파트는 9개동에 758가구로, 사고가 난 동은 10층 건물이다. 각 층에 8가구씩 모두 80가구가 산다.
글·사진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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