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치즈에 열정을 보인 지정환 신부가 연구원의 작업을 살펴보고 있다. 임실군 제공
임실치즈의 개척자 고 지정환 신부가 전북 임실군에 남긴 마지막 선물은 고추를 활용한 ‘캡사이신 치즈’였다.
임실군은 지 신부가 생을 마칠 때까지 지난 2년여 동안 매운 치즈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고 결국 캡사이신 치즈 개발에 성공해 현재 시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캡사이신은 고추 속 성분으로 고추의 매운맛을 이끈다.
지 신부는 2017년 12월 ‘임실치즈&식품연구소’를 찾아 “한국인이 매운맛을 좋아하니 매운 치즈를 개발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고 한다. 고추와 치즈를 결합해 매운맛 치즈와 피자 토핑용 재료를 만들어 보자고 했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 고추결합용 치즈 제품 개발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고, 연구원들이 특산품인 임실 고추의 우수성과 캡사이신 성분을 활용한 치즈 만들기에 나서 결국 지난해 5월 매운 치즈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소 쪽은 개발한 매운 치즈를 특허출원했고, 시제품 개발에도 나섰다. 또한 매운 치즈를 피자토핑에 첨가하면 고춧가루를 멸균해 사용하는 기존 피자와 상품성에서 차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현재 개발 중이다.
하반신이 불편했던 지정환 신부가 휠체어에 앉아 연구원의 작업을 살펴보고 있다. 임실군 제공
이상천 연구소장은 “2년 전 크리스마스 즈음에 매운 치즈를 만들어 보자며 연구소를 방문한 뒤, 이후 매주 수요일마다 하반신이 불편한 신부님이 특수제작한 차량을 직접 운전하고 오셔서 연구원들과 함께 개발에 몰두하셨다”고 회상했다. 심민 임실군수는 “신부님이 임실군민들에게 주신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이 은혜를 모두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실군은 지 신부를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임실치즈테마파크 일대에 지정환 기념관을 만들 계획이다. 그가 남긴 임실치즈 50년의 발자취를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의해 건립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국내 치즈 산업을 이끈 그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추서했다. 지 신부는 1964년 임실성당의 주임신부로 부임한 이후 가난한 주민들을 위해 산양 두 마리의 우유로 치즈를 만들기 시작해 임실치즈를 육성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