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정부시 산곡동 주민 80여명이 17일 의정부시청 앞 광장에서 집회를 열어, 턱없이 적은 보상에 항의하며 안병용 의정부 시장 사퇴와 복합문화융합단지 개발사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산곡마을회 제공
주한미군 반환공여구역 주변지역인 경기 의정부시 산곡동 일원에 들어설 복합문화융합단지 개발사업이 착공을 앞두고 현지 주민들의 반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의정부시와 특수목적법인(SPC)인 시행사 ‘리듬시티’는 문화, 쇼핑, 관광, 케이팝(K-POP)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융합단지 조성 공사를 예정대로 6월 시작한다는 방침이어서 마찰이 우려된다.
80여가구 주민들로 꾸려진 산곡마을회 투쟁위원회는 17일 의정부시청 앞 광장에서 집회를 열어 “보상가가 터무니 없이 낮아 재정착은 꿈도 못꾸고 주변에 토지를 마련할 수도 없다”며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복합문화단지 개발사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산곡마을 주민들은 “보상이 주변 시세는 물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개발하는 인근 고산지구에도 못미치고 이주대책과 생활대책도 엘에이치의 기준에도 못미치는 등 주민을 차별하는 정책을 의정부시가 앞장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정부시와 리듬시티는 공익성이 부족해 여러 차례 반려된 사업을 미군공여지특별법을 악용해 개발업자들에게 토지수용권을 부여했다. 개발제한구역 해제라는 특혜로 받은 막대한 이익을 투자기업과 지방정부가 모두 챙기려 한다”고 비판했다.
길광종(56) 산곡마을회 투쟁위원장은 “의정부시가 엘에이치 기준에도 못 미치는 조건으로 보상공고를 내고, 이의제기를 하는 사람에게는 생활대책용지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보상통지문을 보냈다. 이는 엘에이치도 하지 않는 주민에 대한 압박이자 폭거”라고 주장했다.
의정부시는 토지 보상을 위해 토지 소유자, 법인, 경기도 등 3곳의 추천을 받아 감정 평가를 받은만큼 보상 절차와 사업 추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3개 기관이 추천한 감정평가 결과 4년전 엘에이치의 고산지구 보상 당시보다 여건이 좋아져 보상가가 30% 이상 상승했다. 생활대책 등도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엘에이치 수준으로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의정부시 산곡동 주민 80여명이 17일 의정부시청 앞 광장에서 집회를 열어, 턱없이 적은 보상에 항의하며 복합문화융합단지 개발사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산곡마을회 제공
한편, 의정부 복합문화융합단지는 산곡동 62만1천㎡에 총 4821억원이 투입돼 의정부시와 민간이 공동 개발한다. 와이지(YG)엔터테인먼트 등 단지에 들어설 6개 업체가 41%, 의정부시가 34%, 금융권 3곳이 20%, 포스코건설이 5%의 지분을 출자했다.
부지 조성은 2021년께 마무리되며 이후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의 케이팝 클러스터,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뽀로로 테마 랜드, 가족형 호텔, 신세계 프리미엄 아웃렛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사업은 정부가 2016년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투자 활성화 대상에 포함하면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등이 추진됐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의 심의에서 두 차례나 “공익성이 부족하다”며 재심의 결정이 난데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특혜 의혹까지 번져 사업 무산 위기를 맞기도 했다. 국토교통부는 세 번째 심의에서야 그린벨트 해제를 조건부로 의결했다. 의정부시는 복합문화융합단지가 조성되면 1조7천억원 규모의 투자와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