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를 상징하는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와 청담동 아파트.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017.01.06
지난해 여름 ‘강북구 옥탑방 한 달 살기’ 체험을 한 박원순 시장이 이번엔 강남 재건축을 허용해 달라는 쪽으로부터 ‘압구정 현대아파트 살기’ 제안을 받았지만, 이 아파트 등에 10년을 살아 실상을 잘 안다며 거절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 한 것이다.
박 시장은 이날 서울시의회 시정질의에서 “올 여름에는 압구정 현대아파트에 살면서 체험해볼 생각이 있는가”란 성중기 자유한국당 시의원의 물음에 “압구정 현대아파트와 한양아파트에 거의 10년을 살았다. 주민들 상황은 이미 제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성 의원이 강남 지역 노후 아파트의 실상을 서울시장이 직접 알아야 한다는 취지로 에둘러 비판하자, 박 시장이 “잘 안다”고 맞받아 친 것이다. 성 의원은 “압구정현대아파트는 강남문화의 상징이지만 47년이 지난 지금은 낡고 위험한 아파트”라며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니 재건축 안 된다는 것은 아무리 열악한 환경이라도 무너지지 않으면 그냥 살라는 이야기와 다름이 없는 무책임한 메시지에 불과하다”고 재건축 허가를 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박 시장은 “이것(재건축)을 시장이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알지 않는가. 서울시 도시건축위원회가 고려해서 결정하는 것”이라며 “신도시 하나에 버금가는 워낙 큰 단지여서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부분에 관해서는 서로 충분히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월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한겨레신문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박 시장은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이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성 의원이 “(정부 정책 등으로 전반적인) 집값이 안정됐다. 주민들이 지금까지 정책에 협조하고 고통을 감수했으면 된 것 아닌가”라고 비판하자, 박 시장은 "실제 부동산 안정이 이뤄졌다고 보고 있진 않다. 지금 제가 한마디 잘못하면 내일 신문에…(보도돼 집 값이 오를 수 있다)”고 일축했다. 박 시장은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잘 재건축된다고 하면 정말 서울의 얼굴을 바꾸는 중요한 프로젝트가 된다. 일방적으로 서둘러서 강남 개발 시대와 같이 난개발로 성냥갑 아파트를 지으면 안 된다”며 “신도시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에 깊은 연구와 충분한 교감을 거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