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열린 4·27남북정상회담의 판문점 표지석을 쓴 여태명 교수가 자신의 작품 앞에 서 있다.
“우리 민족의 염원인 평화와 통일, 민족번영을 기원하며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지난해 4·27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심은 나무의 표지석 ‘평화와 번영을 심다’라는 글씨를 쓴 효봉 여태명(63) 원광대 교수가 기념전을 열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서울 중구 이화아트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4·27남북정상회담 1주년 기념전시회가 ‘평화·번영’이 그것이다. 특히 올해는 3·1절 10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전시회를 함께 개최한다. 개막행사는 25일 오후 5시다.
오는 30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기념전에는 서예·서화·도자기 등 그의 작품 60여점이 선보인다. 작품 80%는 평화와 번영의 내용이고, 나머지 20% 가량은 그가 개발한 천·지·인에 바탕을 둔 민체로 꾸렸다. 특히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제작한 길이 5m 가량(가로 492㎝, 세로 135㎝)의 기미독립선언서는 광개토왕비의 한자 서체와 훈민정음·용비어천가의 한글체를 조화롭게 혼용한 작품으로 그의 독창적인 서체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회의 특징은 정부나 공공기관으로부터 후원을 받지 않은 점이다. 그가 직접 평화를 위한 예술활동을 하며 인연을 맺은 한·중·일 민간예술단체와 작은 기업들의 도움으로만 전시회를 연 것이다. 기념전을 기획한 김영배씨는 “일부에서 그를 서예가로만 알고 있으나, 먹과 붓으로 글씨와 그림의 경계를 넘나들며 조화롭게 세상을 그려내는 서화가”라고 평가했다. 전북 전주에서도 다음달 전시회가 열릴 예정이다.
크기가 가로 548㎝, 세로 137㎝인 평화 붓글씨.
여 교수는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지 않아 어려운 지금, 4·27회담 감동을 기억하고 평화를 앞당기는 데 미력이나마 도움이 되도록 기념전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판문점 표지석에 자신이 평생을 바쳐 개발한 민체로 직접 썼다. 민체는 조선후기 민중의 삶을 자유롭게 표현한 서체다. 문재인·김정은 이름을 민체로 썼고, 직함과 날짜는 안배와 조화를 위해 훈민정음과 용비어천가 서체를 혼용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사진 여태명 교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