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현2지구 재건축 사업으로 강제철거된 주택들. <한겨레>자료사진
재건축 사업이 시행되면 아무 보상도 받지 못하고 길거리로 내몰리던 서울 단독주택 세입자가 이제 보상을 받고 다른 곳으로 주거를 옮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다. 지난해 12월 단독주택 재건축이 진행되던 아현2구역 세입자 고 박준경씨가 강제철거를 비관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고가 발생하자 서울시가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서울시는 단독주택 재건축 사업시행자가 철거 세입자에게 손실보상을 하게 유도하고, 시가 세입자에게 임대주택 입주 기회를 주는 등의 내용을 담은 ‘단독주택 재건축 세입자 대책’을 23일 발표했다. 단독주택 재건축은 노후 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 주택 등을 허물고 아파트로 재건축하는 정비사업으로 2014년 8월 폐지됐다. 단독주택 재건축 제도가 폐지되며 철거 세입자에 대한 보상, 주거권 보호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
폐지 전에 지정된 사업구역은 286개로 이 가운데 198개 구역은 주민동의를 통해 해제됐고 22개 구역은 준공됐다. 66개 구역은 사업이 진행 중이다. 시는 이 가운데 착공 이전 단계에 있는 49개 구역의 약 4900명의 세입자에 대해 보상 등 지원 대책을 실시한다.
시는 재건축 사업시행자가 철거세입자에게 재개발에 준하는 손실 보상(주거이전비, 동산이전비, 영업손실보상비)을 하게 유도한다. 시는 시행사업자에게 손실보상에 상응하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최대 10%까지 주고, 세입자 손실보상을 사업시행계획(변경) 인가조건으로 의무화할 계획이다.
철거 세입자들에게도 재개발 세입자처럼 임대주택 입주 기회를 제공해 재정착을 지원한다. 자격요건이 되고 임대주택 입주를 희망하는 세입자가 대상으로, 해당 구역 내에서 건립되는 임대주택 물량을 행복주택(매입형 임대주택)으로 우선 공급하고, 다른 재개발구역 임대주택 가운데 잔여 주택과 빈집도 공급할 방침이다. 재개발 철거 세입자에게 적용하고 있는 보증금·임대료, 임대기간 등 조건이 똑같이 적용된다.
박원순 시장은 “삶의 터전으로부터 이전해야 하는 동일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재개발과 달리 단독주택 재건축 사업은 주거이전비 같은 손실보상을 받을 수 있는 근거도 제도도 없었다. 이런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아현2구역 철거 세입자와 같은 안타까운 사고도 벌어졌다”며 “서울시는 정부에 지속 건의하는 동시에 시 차원에서 즉시 시행 가능한 이번 단독주택재건축 세입자 대책을 통해 주거취약계층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주민 간 갈등을 치유해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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