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홋카이도의 스미토모석탄광업(현 스미세키홀딩스) 아카비라 광업소로 강제동원됐던 권충훈(오른쪽) 옹.
“배가 너무 고파서 말들이 먹는 사료를 훔쳐 먹기도 했지요”
권충훈(91)옹은 일본 홋카이도의 스미토모석탄광업(현 스미세키홀딩스) 아카비라 광업소로 강제동원됐다. 전남 광양군 옥룡면에 살던 그는 1943년 10월 면사무소 직원에 의해 끌려갔다. 만 15살의 소년은 탄광에서 무자비한 노역에 시달렸다. 권 옹은 “너무 힘들어 탈출을 시도하다 잡혀서 죽도록 맞기도 했다”고 말했다. 당시 아카비라 광업소에서 제공한 작업복을 입고 찍은 흑백 사진엔 당시의 고난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권 옹은 태평양전쟁이 끝난 뒤 1945년 11월에야 하카타항을 출발해 가까스로 고향으로 돌아왔다.
일제강점기 때 강제동원됐던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위자료를 지급해달라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시민모임)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광주전남지부는 29일 강제동원 피해자 54명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소장을 광주지방법원에 접수했다고 밝혔다. 손해배상 소송 원고 가운데 생존자는 권충훈옹 등 3명이고 51명은 유족들이다. 위자료 청구 액수는 500만원부터 1억원까지다. 이국언 시민모임 공동대표는 “최근 정부의 강제동원 피해심의 결정통지서 등 입증 서류를 갖춘 537명의 신청을 받은 뒤 현재 일본에 남아 있는 기업에서 일했던 54명을 1차로 선정해 소송을 제기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손해배상 청구 대상 기업은 미쓰비시광업(현 미쓰비시머티리얼·19명), 미쓰비시중공업(12명), 스미토모석탄광업(현 스미세키홀딩스·8명), 미쓰이광산(현 니혼코크스공업·7명), 신일본제철(구 신일철주금·3명), 일본광업(현 제이엑스금속·2명), 니시마쓰건설(1명), 후지코시강재(1명), 히타치조선(1명) 등 9곳이다.
일본 홋카이도의 스미토모석탄광업(현 스미세키홀딩스) 아카비라 광업소로 강제동원됐던 권충훈옹이 당시 고통을 이야기하고 있다.
시민모임은 앞으로 2·3차로 추가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무총리 산하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지원위원회 자료를 보면, 일제 강점기 때 광주·전남지역에서만 강제동원된 노무 동원 피해자는 2만6540명이지만 손해배상 소송 참여자는 1천여 명에 불과하다.
한편, 일제 강제징용과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지난해 10월과 11월 신일철주금,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한 대법원의 배상 명령이 확정됐지만 일본 기업들은 법원 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시민모임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광주·전남지부는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상표·특허권에 대해 자산 압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 제공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시민모임)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광주전남지부는 29일 강제동원 피해자 54명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소장을 광주지방법원에 접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