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이탈처리로 추방 위기에 놓인 네팔인 하라카씨 광주·전남 이주노동자 인권 네트워크 제공
30대 이주노동자가 노동당국의 무리한 ‘이탈처리’(5일 이상 결근 등 연락두절 시 계약해지 가능 처분) 탓에 빈손으로 출국해야 하는 위기에 빠졌다.
네팔 출신 하라카(34)는 지난 2017년 7월 코리안드림을 품고 한국에 들어왔다. 그는 입국한 뒤 전남 영암의 한 농장에서 일했다. 하루 10시간씩 25㎏짜리 인삼·도라지 상자 등을 300여 차례 화물차에 실었다. 월급 130만원을 받으면 110만~120만원을 가족에게 보냈다. 건강했던 그는 6개월이 지난 2018년 1월 작업을 하다 허리를 삐끗했다. 통증은 그날 이후 두 달가량 지속돼 병원에서 네 번 치료를 받았다. 병원 쪽에선 요추 염좌라고 진단했다.
같은 해 3월24일 토요일 그는 ‘허리가 아파 일하기 어려우니 병원에 가겠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사업주는 대뜸 ‘(기숙사에서) 나가’라며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한국말이 서툰 그는 이를 근로계약 해지로 이해했다. 이틀을 광주 친구집에 머물고 월요일에 돌아가자 이번에는 가방을 던지고 밀치는 바람에 이마를 다쳤다. 그는 노동당국에 폭행 사실을 진정했지만 오히려 이탈신고를 부르는 화근이 됐다.
목포고용센터는 같은 해 5월15일 사업주의 이탈신고를 수리했다. 그는 사업주가 나가라고 소리치는 녹음파일을 들려주며 사업장 변경을 신청했지만 ‘동의서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하고 말았다. 이주노동자가 정당한 절차 없이 5일 이상 결근하거나 그 행방을 알 수 없는 경우는 이탈로 처리돼 근로계약이 해지된다. 근로계약이 해지되면 석 달 안에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김춘호 변호사는 “이탈처리는 이주노동자의 추방으로 이어지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 5일 이상 결근이라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노동자의 반론권을 충분하게 보장하지 않았다. 이탈신고를 처리할 때 서류 내용 뿐 아니라 소통 능력, 결근 사유, 근무 환경, 건강 문제 등을 두루 살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같은 해 7월 사업장 변경 거부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심판을 냈고 8개월 만인 지난달 기각 처분을 받았다. 여태껏 행정심판 청구로 합법 체류가 가능했지만 다시 강제 출국 위기에 내몰린 것이다. 그는 “4년10개월 비자 만료 기간까지 한국에서 일해 아내와 아이(2)를 부양하고 싶었다. 이런 꿈을 안고 왔는데 스스로 사업장을 이탈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기각 처분 뒤 광주네팔인쉼터에서 불안 속에 생활하고 있다.
광주·전남 노동단체들이 30일 목포고용노동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당국이 네팔인 하라카씨의 이탈처리를 즉각 취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광주·전남 이주노동자 인권 네트워크 제공
광주·전남 이주노동자 인권네트워크는 30일 목포고용노동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당국의 무분별한 이탈처리로 이주노동자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인권탄압과 강제추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용대 광주민중의집 대표는 “이주노동자 대부분이 법적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해 사용주에게 노예처럼 종속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광주·전남의 노동단체 13곳은 하라카의 추방을 막기 위해 행정소송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