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을 앓던 50대가 친누나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아파트 현장.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에서 조현병을 앓는 50대가 친누나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서아무개(58)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일 밝혔다. 서씨는 지난달 말 부산 사하구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1층)에서 누나(61)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주검의 부패 상태 등을 살펴 서씨 누나가 지난 4월27일께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등의 말을 들어보면, 4월30일 오후 사하구 정신건강복지센터, 지역복지관 직원들은 서씨와 그의 누나가 연락이 닿지 않자 직접 집으로 찾아갔다. 아파트 문이 잠겨 있자 경찰과 119에 신고했다. 복지센터 직원은 “경찰 등이 출입문을 강제로 여는 사이 아파트 1층 창문 틈으로 서씨가 ‘누나는 자고 있어서 볼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경찰 등이 출입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자 서씨의 누나는 흉기에 찔려 안방에 엎드린 채 숨져 있었다. 서씨는 작은 방에서 문고리를 잡은 채 경찰과 대치하다 이날 오후 5시50분께 체포됐다.
30여년 전부터 조현병을 앓아온 서씨는 지난해 5월부터 이 아파트에서 혼자 살았다. 전남 목포에 사는 서씨 누나는 2016년 부모가 숨진 뒤 목포와 부산을 오가며 동생을 돌봤다. 지난 4월24일도 서씨의 누나는 동생을 돌보려고 부산에 왔다가 변을 당했다.
서씨는 최근 약물치료를 스스로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복지센터 직원은 “방문 돌봄 활동을 위해 서씨 집을 찾아가면 약이 봉지째 그대로 있었다. 서씨가 ‘약을 많이 먹어서 이제 안 먹어도 된다’고 하더라. 입원치료를 권유했더니 완강하게 거부해 강제할 수 없어 누나에게 치료를 권유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경비원(68)도 “서씨를 처음 봤을 땐 건강해 보였는데, 날이 갈수록 다른 주민들과 말다툼을 벌이는 등 이상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서씨는 지난 3월9일 자신의 집 안에서 페트병으로 벽을 치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경고를 받기도 했다.
경찰은 서씨를 부산시립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켰다. 서씨는 경찰에서 “죄송하다. 미안하다”만 반복해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서씨 등을 상대로 정확한 범행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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